올 한해가 가기전에 이번 해동안 다녔던 여행포스팅을 마무리하려고 하다가 보니 4월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과 8월 아이슬란드 로이가베구르 트레킹도 못 올려서 서둘러 포스팅해 봅니다.

미국에 사는 미시님들한테는 조금 생소해서 네팔? 히말라야? 그것도 에베레스트를? 하고 의아해 할 수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 산 좀 좋아한다 하는 분들한테는 잘 알려진 트레킹입니다. 네팔이 지리적으로 비교적 한국과 가까이 있고 물가도 많이 쌀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고산들이 줄줄이 있으니, 다양한 히말라야 연봉들과 산 줄기들을 트레킹하는 전초기지인 카트만두와 포카라의 한국 식당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한국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군대 전역한 후 복학하기전에 남은 체력을 다 쏟아 붓겠다고 찾아오는 젊은 청년들, 직장의 삶에 지쳐 몸이 다 망가져 원기를 불어 넣으려고 찾아오는 직장인들, 특히 50-60대의 퇴직후 YOLO(You Only Live Once)의 삶을 살아 보겠다고 찾아오시는 수많은 아줌마 아저씨들, 그리고 가이드 패키지로 산행을 오는 패키지팀들까지 어느 때곤 늘 북적이는 한국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1)루트

저는 작년 가을, 산속에서만 25일 동안 안나푸르나 라운딩과 푼힐 전망대 트레킹을 마쳤었고, 그리고 올 봄에는 13일 동안 쿰부 히말라야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혼자서 가이드겸 포터 한명과 함께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보통 긴 시간을 내서 트레킹을 할 수 없는 분들은 일주일정도를 투자하여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다녀오는 코스가 가장 파퓰러합니다.

EBC/칼라파타르 트레킹은 카트만두에서 루클라(2,800m의 산비탈에 자리잡은 공항)까지 국내선 항공기로 이동해야 하는데, 워낙 고지대의 산속 마을이라 비행기 접근이 쉽지않아 날씨가 안좋으면 카트만두에서나 혹은 루클라에서 돌아올때도 며칠씩 머물러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전체 루트는 루클라에서 시작하여 쿰부히말의 전초기지인 남체에서 고소 적응으로 하루 더 머물고 EBC(5364m)와 칼라파타르(5550m)를 위한 최 고지대 마을인 고락셉(5140m)까지 보통 8-9일을 올라가고, 다시 루클라로 하산하는 3-4일을 더해 총 12-13일의 일정으로 트레킹을 합니다.


2)가이드,포터, 그리고 고소증

히말라야 쿰부지역에서 EBC와 칼라파타르(사실 EBC에서는 에베레스트를 볼수 없고 칼라파타르에 올라가야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를 올라가는 길에서 수많은 고산의 연봉들을(기본 6천-7천미터) 만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반면, 이미 시작하는 출발지인 루클라도 2840m의 고지대 인데다가 둘째날의 남체도 삼천미터가 넘는(3440m)고지대입니다. 최후 목적지 마을인 고락셉까지도 5140m이니 이런 고산 산행에서 혼자 백팩킹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롯지애서 숙박하며 음식을 사먹는다하더라도) 올라가는 것은 사실 무모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가이드와 내 짐을 지고 올라가 줄 포터를 고용합니다. 사실 네팔 인건비가 무척 싸기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없습니다.
저는 지난번 안나푸르나때도 개인 가이드겸 포터 한명과 둘이서 산행을 마무리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카트만두의 한식당 "축제" 사장님을 통해 가이드 라이센스가 있는 "젓뚜르"가 제 짐을 같이 져주고 둘이서 산행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산행에서는 처음부터 남체에서부터 고산증이 심하게 와서 토하고 못 먹고 오르는 내내 사실 몸이 따라주질 못했는데(남체 병원에서 주사까지 맞음), 그럼에도 끝까지 제 옆에 붙어서 제 페이스대로 걸어준 좋은 가이드를 만나서 13일 동안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4천미터의 지대에 올라오면 신체에 따라 다양한 고산증을 경험하기 쉬운데, 저는 지난번 남체에서 구토이후 식용부진외 두통정도의 고산증은 그나마 잘 조절하면 다행일수 있습니다(어떤분은 호흡곤란이나 갑자기 시야가 안보인다든지, 발이 둥둥 떠다니는 경험을 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고산병/고소증 일정한 높이의 고소에 이르렀을 때 기압, 산소, 기온 등의 저하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적 증상이다. 고소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증상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 4,000미터, 6,000미터, 8,000미터가 위험선이다. 고도 3,000~4,000미터급의 트레킹 수준의 산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소 부족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피로, 두통, 호흡곤란, 식욕 부진, 부종, 권태감, 무기력, 환각 증상, 불면, 시력장애, 체온저하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즉시 저지대로 내려가는 것이다(출처등산상식사전)


3)트레일 위의 경치

4)마지막 산행 날의 일기

마지막날까지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13일동안의 산행동안 오전중에는 항상 날씨가 맑고 파랗고 오후 늦게 들어서야 구름이 끼는(고락셉에서 오후에 눈이 온것을 제외하면) 운이 좋은 날씨를 만난것 또한 큰 행운이었습니다. 
12일전 이곳 남체로 오르던 그 힘들었던 지그제그의 오르막길도 이제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힘든 줄 모르겠고 특히 고산병에 대한 걱정이 없이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되고 있으니 걷는 발걸음이 그저 가볍습니다(올라갈때 이런 컨디션이었으면 오죽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오히려 젓뚜르가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거 같습니다(자기말로는 lazy하다고). 늘 앞서서(혹은 옆에서) 저를 챙겼었는데 마지막날인 오늘따라 뒤로 쳐집니다. 13일 동안 최선을 다해서 저를 서포트하느라, 13키로에 가까운 배낭을 짊어지고도 끄떡없이 걸어다니느라 고생하더니 마지막날이라 긴장이 풀어지나봅니다. 마지막 남은 영양갱과 캬라멜로 서로 힘을 내며 걸어갑니다.
우리는 마지막을 향하여 열심히 내려가는데, 반대로 루클라에서 위쪽으론 엄청난 사람들이 그룹지어 올라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인지 오후 늦은 시간까지 루클라로 비행기가 엄청나게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가 봅니다. 
젓뚜르말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산행 피크 시즌이라 남체를 비롯한 많은 마을에 숙박조차 부족할꺼라고 합니다. 내려가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히말라야"가 무슨 관광지인 것처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것을 보니(무슨 좀비떼처럼^^심지어는 좁은 트레일에서는 정체까지 생김) 세계 곳곳의 하이커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 이곳 쿰부 히말라야임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이제 루클라의 마지막 관문인 가파른 오르막길을 40분정도 올라야 합니다. 이미 8시간째 걷고 있는데도 저는 왠일로 지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언덕위로 올라서서 드디어 루클라로 들어서는 초르텐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체크포인트를 끝으로 드디어 13일간의 칼라파타르의 모든 여정을 마치게 됩니다.
칼라파타르까지 올라가는데 열흘, 루클라로 다시 내려오는데 사흘입니다^^
처음 루클라 비행장에 기대에 차 내리는 순간부터, 칼라파타르에 새벽 별보며 오르던 순간까지, 그리고  에베레스트와의 만남, 다시 딩보체까지의 황량한 그러나 운치있었던 길...모두 모두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처음부터 심하게 겪었던 고소증에 몇번이나 포기하고 하산해야 하나하고 생각했지만 기어이 칼라파타르까지 오르고야 만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또다시 다른지역의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다는 이 중독증같은 증상에 웃음이 나기까지 합니다.
원래 계획했던 촐라패스너머 고쿄까지 눈때문에 위험하여 포기한것이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지만 늘 안전이 우선이니 이 또한 잘한 결정이라는 것에 후회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긴 산행동안에는 내내 함께 해야 하는 가이드(혹은 포터)와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데, 그런면에서 젓뚜르는 참 좋은 가이드임에 분명했습니다. 길 안내는 물론이고 프로패셔널하게 모든 질문에 답할줄도 알고 어느 정도 수다도 맞춰줄줄 알고 무엇보다 성격이 낙천적이고 밝아 산행 자체가 늘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참 좋은 가이드를 만난 행운에 무엇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