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역마의 기운을 느낀 건 20대 초반부터 였던것 같다.
대학교 2학년 즈음 학과 MT가 잡힐때면 MT에 참가하는 대신, 친한 친구 두세명 조용히 여행 다니길 원했다. MT가 과 전체의 단합과 화합을 목적으로 가는 연행사이지만, 밤새 술 마시고 흥청망청한 선배들의 눈치를 보는 일임을 깨달은 건 1학년때 한번 겪은것으로 충분했으니까. 집에서 개인 여행을 허락할리 없는 때를 살았던 지라, 유일하게 1년에 한번 그때를 기다리며 어디를 갈지 설레임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행복해 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 이후로 굽이치는 인생의 파도를 탈 때 마다, 나의 선택은 늘 새로운 곳을 향하고 있었다. 현실의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기에 모르는 세상에 희망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지도를 펼쳐 ‘어디서 살아 볼까..?’를 고민하다가, 고향 생각에 바닷가 지역을 무작정 찍어 그 동네에 2년정도 살아본 경험이 있다. 미국 어딜 가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메어 있는 상황이 없다는 건, 서른살까지 나를 둘러 싸고 있던 한국의 모든것을 버리고 나왔을때의 두려움과 절망감 보다는 설레임과 희열이었음을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고백한다.

미국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 제 2막은 행복한 나날들이 익숙한듯 무심히 흘러 가는 걸로 봐서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마 기운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여정을 꿈꾸게 한다.
내 칼럼은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와, 때론 16명의 대 식구들과 함께 역마를 타고 좌충우돌하며 세상을 만나러 다녔던, 또 앞으로도 계속 될 이야기이다. 역마살이라는 운명이 있다면, 그 기운에 맡기기 보다는 운명의 고삐를 쥐고, 이리 저리 내 의지로 끌고 다니며 즐기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운명도 즐길수 있다면 인생의 축복같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역마 : ‘역에 메어둔 말’ 이란 뜻으로, 옛날엔 말이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었으므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떠돌아 다닌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P.S 인생의 굴레에 갇혀 더 넓은 아름다운 세상에 선뜻 나서보지 못하는 미씨님들께 응원의 메세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