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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날이 있다

특별한 초대 어떤 미시 (cloee) 2018-8-11  03:04:02


나의 특별한 초대는 두 번의 결혼식과 가장 사랑했던 이의 장례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직항이 없는 긴 비행도 상관없을 만큼 케니와 앤의 결혼은 나를 들뜨게 했다.

그 아이가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온 동네를 휘젓던 거며

소파에서 소파로 날라다니던거며 

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와선 생각도 안 나는 작은 실수를 사과 하던 일들이 기억났다

종종 날 엄마라 부르며 내게 한없는 사랑을 준 아이였기에 

그 집 부부와 우린 서로의 아이를 나눠가진 가족이 되었고 거리와 시간에 상관없이 이어졌다

여태 내가 본 결혼식들이 화려했거나 성대했거나 검소했거나 정신 없거나로 기억된다면 

이 결혼식은 단연 행복한 결혼식이다

장거리 순에서 우릴 3등으로 밀어버린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가족처럼 한걸음에 달려온 축하객들이 모여들었다. 전야 파티는 각자가 누린 신랑신부와의 추억을 나누며 웃음과 사랑이 축복에 더해져서 

하객들마저 가족으로 만들었다

결혼식 날엔 목사님의 길지도 않은 축사에 조바심이 난 신부가 미세스 멕퀜으로 얼른 부르시라는 바람에 

하객들 위로 웃음꽃 다발이 햇살같이 흩뿌려져 내려앉았다.


또 하나는 시청 옆 조그만 방에서 있었던 친한 부부의 아들 결혼식이었다

화려한 불꽃이 한 시간여 하늘을 수놓았던 중부의 그 밤과는 매우 달랐다

신랑신부가 직접 준비 한 예쁜 결혼식은 

하객초대부터 끝나기 까지 그들이 만들려는 가정을 정갈하게 보여주었다

가까운 친척과 가족외 초대된 두 명 중의 나여서 더욱 각별했다

이 성숙한 커플은 결혼이 무엇인지,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일지도 가늠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꺼이 두 사람은 그러고 싶어 했다


몹시 달라 보이는 두 결혼식은 순결했고 꽉 차서 넘쳤고 행복해서 실은 꼭 같았다

서로를 마주보고 서약하는 사랑스러운 커플의 증인이 되었다는 뿌듯함과 그 외의 무엇이 그날 나를 울게 했다. 어쩌면 나는 현들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를 따라 얼음조각을 훓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던 창백한 4월의 신부를 떠올렸던 거 같기도 하다.


, 결혼식 그리고 장례식이 내가 주인공인 세 개의 큰 예식일 것이다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건 그나마 결혼식인데 이것도 지금에나 가능한 말이지

결혼식이란 게 성대하냐 어쩌냐로 구분되던 시절의 나로선 손님이나 마찬가지였던 노릇이니 

남는 건 장례식 하나다

이거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누워있는 게 내 역할이라 

나 좋을 대로 뭐 좀 해보자 하고 일어났다가는 손님들 다 혼비백산할 판이라 쉽지 않은 일이다.


여동생과 나는 닮은 외모를 지닌 다른 성향의 자매이다

어느 겨울 매우 고가의 롱코트를 동생은 어머니께 요구했다

사실 학생에겐 지나친 옷이기도 했지만 검소함이 미덕인 가정에서 같이 자란 탓에 

그런 걸 요구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비싸고 아니고를 떠나 적잖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동생은 다음날 교문 앞에 서 계시던 선친 만났다

어머니가 꼭 아실필요는 없다 시며 봉투를 건네신 선친은 밤 열차로 오셨을 그 길을 다시 가셨다

1월의 어느 날은 수련의로 바쁘던 남동생이 동료들과 모처럼 바깥 점심 한번 먹자했다

눈덩이가 된 차로 가니 한 노인이 손으로 차에 덮인 눈을 쓸다 멈추다 하고 있었다

아들이 보고 싶으신 선친은 행여나 바쁜 아들 방해할까 싶어 차라도 쓸어보며 

내 아들 안전히 태우고 다니라 당부하시던 중이었다

노부의 사랑과 자신의 불효 때문에 남동생은 몇날을 울고 다녔다고 했다

점잖은 아비와 과묵한 아들의 소통방식이었다


내게도 물론 마찬가지셨던 내 아버지의 가벼운 몸을 화장 하던 날

우리는 낯선 조문객들을 거꾸로 위로해야 했다.

땅은 내 것이나 열매는 네 것이라며 조건 없이 아버지가 주셨던 땅의 소출을 먹으며 공부하고 자란 이들이었다

당신 걸음 안에서 굶는 사람이 있는걸 못견뎌 하셨던 아버지를 보내는 마흔의 아들은 자꾸 울었다

누나, 아버지는 정말 사람이셨을까

내게 있어 선친은 당신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세상을 주셨던 분이라 비인격적이었던 말년의 긴 투병 끝 장례식이 내겐 남달랐다


사랑했던 분이 숨을 멈추시자 슬픔과 동시에 안도감이랄까 어쩌면 평화랄까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될 것 같은 감정들이 내 안에 있었다.

맑고 평화로웠던 임종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내 쪽에 속한 슬픔보단 

아버지가 누리실 평화와 자유에 대한 안도감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어린아이 같은 아름다운 얼굴로 새 길 떠나신 아버지는 내게 참 좋다하셨다

나도 우리 걱정은 마세요. 엄마 걱정도 마세요. 아버지가 좋아서 저도 좋아요말씀드렸다.


내 장례식을 좀 다르게 준비한다 해도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았다

숙제 다 끝내고 또 다른 여행 떠나는 나를 칭찬해주고 격려해 달라 해도 될 것 같았다

진실로 소통된 나와의 시간이 있는 사람들을 청해서 

나를 잃은 상실의 슬픔보다 내가 떠나는 새 길을 축하하는 파티를 해 달라 해도 될 거 같았다

내가 늘 좋아했던 자신다움으로 마음껏 치장한 정인들이 모여 나와의 추억을 서로 나누면 좋을것이다

그렇게 그들로 인해 내 삶이 온전히 그려지는 시간이어도 될 거 같았다.

내가 좋아하던 재즈와 클래식과 팝이 우리 가락에 뒤섞여 종일 그들 사이를 흐르게 해 달라 해도 될 거 같았다.


모두에게 즐거울 파티로의 '특별한 초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이 특별한 초대에 지정석을 요구한 친구와 

오감으로 음식을 대하는 미식가 친구의 특별메뉴 요청은 있었지만 

불참의 RSVP를 내게 준 친구는 아직 없다

내 초대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설사 실망으로 헤어질지라도, 언제 어디에서든 내 부고를 들으면 오기! 아니면……. 내가 간다.’ 

뒤에 딸린 말이 무서워서라도 그들은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난 그 날에 한껏 멋을 낸 내 정다운 이들과 나를 사랑했던 이들 사이를 

등골 따라 길게 파인 설탕가루 같은 드레스 자락을 한 손에 잡고서 나풀거리며 돌아다닐 것이다


어쩌면 내 웃음소리가 살짝 들릴지도 모를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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