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너무 사랑해서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는데 살다보니  제가 원하는 사람이, 제가 원하는 결혼 생활을 하지 않는 거 같아서 항상 화가나 있었고  많이 비참했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심리학 박사인 동생이 “언니 형부를 룸메이트라고 생각해 그러면 그렇게 화가 나지 않을테니까” 라고 조언을 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차츰 차츰 그 사람을, 남편을 룸메이트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크게 참견을 하지 않고, 잔소리도 하지 않고 남편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고 각자 같은집에서 룸메이트 처럼 15년 가까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들이 적어도 열 여덟 살이 될 때까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결혼 생활을 유지 해야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열 여덟 살이 되는 날만 손꼽으며 하루하루를 살았어요.

물론 제가 집안 일을 잘하는 그런 엄마는 아닙니다.  

저는 제 일이 있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결혼생활이 저를 항상 불행 하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언제 부터인가  저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정말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긴 한 걸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도 나지 않았지요.  

왜 결혼을 했을까?  

이제는 아무리생각해도 내가 이사람을 사랑했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을때,

도저히 옜날에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모든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고 믿기지 않았을때,

그때는 정말 왜 그랬는지 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을때,

그때 남편이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앞이 깜깜 했지요. 처음에는 남편이 아픈 것보다 어린 두아들이 아빠가 없이 살아야 된다는 것 때문에 더 많이 울었던 거 같습니다.  아빠가 없이 자라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 해서...

말기암 선고를 받자마자 남편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남편이 아마도 정신 적으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거 같아요.   

도저히 어제까지 멀쩡 하던 사람이 오늘 선고받고 집에 돌아와서 그날부터 움직이지를 못하고, 먹지도 못 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것은 남편 스스로 삶을 포기한 거라는 거 밖에는 다르게 설명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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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편을 데리고 여기 저기 검사를 하러 다니고, 그 검사 끝에 상태가 더 나빠져서 입원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남편한테는 생명 보험조차 없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황당했죠.  나이도 있고 아이들도 어린데  아니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 하지?  

생명 보험 하나 들어 놓지 않은 남편을 정말이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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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병원비와  불안감에 싸우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똥으로 범벅된 남편을 씻끼면서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나를 보면서 다시 알게 된 거예요.

‘옛날에,  아!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했던게 맞구나. 그리고, 그사랑은 감추어져 있었던 거지 없어진 건 아니구나’.

처음부터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간호사인 친구가 아주 직선적으로 제게 말해 줍니다.

“네가 무슨일을 하든 남편은 더 나빠지기만 할 거라고, 어쩌면 조금더 시간을 연장 시키기는 하지만 절대로 좋아지지는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너가 남아서 아이들과 살아 갈 생각도 하라고.  결국은 3주에 한 번 맞을 때마다 7천불이나 드는 주사나, 한 달에 만불씩 하는 약도 결국은 남편의 생명을 아주 조금 연장 해 주는 것 뿐이니 남은 사람들도 생각하라고”

저는 그 말에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친구야 만약에 네가 나와 같은 일을  겪고 있다면 네가 내 친구니까 나도 아마 너한테 똑같은 조언을 했을 거야. 그런데 이 사람 이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우리 아이들의 아빠 , 내 남편이어서, 나는 단 하나의 희망도 단 하나의 첸스도 놓칠  수가 없어”

많은 분들이 제가 올리는 글을 보시고 우리가 너무 아름답게 사랑을 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서 ....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평소에는 아니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남편의 병으로 인해서 잊고있었던 사랑을 다시 알게된 것뿐이에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자주 눈물이 나고 남편의 흔적을 여기 저기서 느낄때 저한테 물어보곤 해요 ‘아니 수미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남편을 좋아 했다고 이렇게 맨날 눈물을 흘리니?’ 라고요.

15년 넘게 룸메이트으로, 소 닭 보듯이 하면서 살았는데 이제와서 뭐 얼마나 그렇게 살가운 사이였다고 이렇게나 많이 울어대니....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한 번도 결혼을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고, 아이는 더군다나 좋아 하지도 않았던,

오로지 나와 성공하고 싶은 욕구 밖에 없었던 내가 그 옛날 사랑해서 선택한 사람이었고,

남편은 어디다 내놔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이저를 사랑해 해 줬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나를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한 사람이었지만, 제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 맞습니다.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