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고 가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립니다.

약속 있는 곳에 도착하기에는 아직 30분 남았습니다 .

갑자기 울음이 터집니다. 그래서 그냥 엉엉 울어버렸어요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목놓아 울지는 않아요.  울고 나면 지쳐서 잘 안 우는데

오늘은 정말 큰 소리로 도착 5분 전까지 울었어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는 약속을 무사히 마쳤어요.

이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혼자 있을때 울면 자꾸 자꾸 기분이 가라 앉는데 이렇게 약속 전에 울면 어쨌든지간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시 나를 추스릴 수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을 여행한 기억이 나, 같이 한 것들을 통해서 기억하는데...

저는 남편과 무언가 같이 공유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결혼 전 7년을 알았지만 그때는 남편도 나도 너무 일에 미쳐 있어서.

또 혼자 노는게 좋아서 같이 하는 여행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신혼때는 여유가 없어서,

여유가 생기고 난 후에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같이 여행을 간다거나 뭘 크게 같이 한 기억이 없어요.

뒤돌아보면 남편과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했던 기간이 남편이 아팠던 지난 2년이에요.

지난 2년 동안은 남편과 붙어 있지 않는 듯 서로 무심한 듯 했지만 남편은 그런 제가 없어지면 항상 이유 없이 더 많이 아팠어요.

그렇게 자존심 센 사람도 말로 표현은 못해도 저를 엄청 의지 하고 있었나 봐요.

첫 번째 키모가 끝나고  많이 좋아진 거 같아서 동생에게 부탁하고 일때문에 한국에 나간 적이 있는데 제가 한국에 가자마자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돌아왔던 기억이 있어요.

돌아오고 나니 곧 언제 아팠냐는 듯이 멀쩡한 남편을 보고 ‘뭐야 괜히 나 힘들게 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또 한편 으로는 이렇게 아플 정도로남편은 저를 필요로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쭉 우리는 항상 뭐 그냥 그렇게 무심한 듯 하지만 항상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병원을 지날 때마다 남편 기억을 해요.

어떻게 그렇게도 봐야 할 스페셜리스트가 많던지 그리고 그 스페셜리스트는 도시 모두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여기를 봐도 남편과 왔던 병원 저기를 봐도 남편과 왔던 병원…..

저는 이렇게 남편과의 추억이 거의 대부분 다, 같이 병원을 오고 간 거 밖에는 없네요.

새벽 5시에 blood  transfusion을 받으러 1시간 조금 넘게 있는 병원에 같이 갔던게 생각이나요. 우리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약속이 밀려서 시간을 잡을 수가 없었거든요.

날이 체 밝지도 않았을 때 출발을 했는데 병원에 도착할 쯤 날이 밝아 오던  호수를 끼고 달리던 고속도로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그날 제일 처음 도착한 환자 였던 것 같아요.

텅 빈 의자들을 가르치며 원하는 곳에 골라 앉으라고 간호사가 웃으면서 말하는데.  

남편이 지금은 뭐라고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때 남편이 했던 대답을 들으면서 ‘어! 아직도 이 사람 멋지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너무 선명하게 나요.

한편으로는 이런 가슴 아픔과, 공허함, 그리고 그리움이 우리의 20년을, 우리가 함께 했던 20년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문득 했어요.

물론 이런 감정들, 밀려 오늘 슬픔을 겪는 건 힘들지만 20년을 같이 했던 사람을 보내고 아무 감정이 없다면, 이런 슬픔이 없다면 우리가 같이했던 20년이 너무 허무 할 테니까요.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나오는 눈물을 참지 않기로 했어요.

어느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어느 날은 뭐가 그렇게 그리운지….

느끼는 대로 감정에 충실하게 살기로 했어요.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 울고,

생각 안 난다고 해서,

오늘 하루 잊었다고 해서 미안해 하지 않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때 좀 더 이렇게 해 줄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기로.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해 주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