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외고 다니던 기억이납니다.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친구라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저는 배려도 없고, 눈치도 없고, 사람을 챙길지도 모릅니다.  

문자도 너무 많이 오거나 길게 오면 읽지 않고, 전화도 하루종일 묵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화 받기가 귀찮아서요.  전화기 엔써어링 서비스는 사용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항상 하는말는  ‘꼭 필요 하면 어떻게든 찾는다’.

그렇다고 제가 사회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니 저는 무척 사교적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제 비즈니스를 했기 때문에 친구 만들 시간이 없었어요. 일을 너무 많이 했거든요.  제가 만나는 모든 관계들은 일과 연관된 관계 였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누구를 만나 본 기억이 20년 동안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보고 싶어서 그냥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런 상대는 사실 저한테는 정말 ….그러면서도 항상 진실은 통 하겠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진실이니까  라고 끊임없이 자기세뇌를 시킵니다.

그런 저에게도 토론토에는 20년 넘게  또는 30년 가까이 우정을 유지하는 친구가 몇 명 있습니다.  기적같은 일이죠.

물론 그 친구들에게조차도 남편이 떠나간 것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알릴 생각조차 못 했다고 하는게 맞겠죠.  

토론토에 와서 그 친구들을 만나 그 친구들을 가만히 쳐다 보면서, 그 친구들과 하루를 보내고, 식사를 하고, 그냥 공원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서 제가 느낀 것은

‘그래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 친구는 아는구나’.   이렇게 굳이 나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 주는 친구, 설명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일 때문에 만난 것도 아이들 때문에 만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서로 좋아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친구들입니다.

캘리포니아 살 때 거의 메일 메일을 같이 보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천국에 갈 때 나를 데려 가고 싶다던 친구, 남편이 아픈 걸 알고 오로지 한 사람, 그 사실을 말한 친구.  그런데 그 친구가 남편이 아픈 2년동안 단 한 번 전화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그 배신감 !!!!

이건 정말 뭐라고 말할까요?. 그래서 저는 점점 더 사람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은 거 같습니다.

비지니스를 통해서 만난 관계들은 더 이상의 비즈니스 필요성이 없으면 매일 보던 사람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빈자리를 느끼지도 않습니다.  또 아이들을 통해서 만난 관계에서는 아이들이 학교가 달라진다 거나 가는 방향이 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계들의 소원해 지더라고요. 매일매일 차 마시러 오라, 점심 먹으러 오라, 아들과 같이 여행을 같이하고, 과일을 따러다니고, 하루 종일 수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 그 시간들이 아이들의 진로에 따라서 관계가 너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사실 처음 20년은 제가 그런 사람이었고.  일을 놓고 오로지 엄마가 되기로 결정한 후 만난 지난 8년간의 관계들은 제가 20년 동안 했던 행동에 대한 벌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더 더 저는 사람들한테 마음을 안 여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 이사 와서 남편이 아픈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저는 같이 테니스를 치는 클럽 친구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알고 지낸지 얼마나 됐다고 또 알아서 뭘 할수 있다고 그런 생각으로요.   남편 상태가 양호해 졌을 때 다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고, 테니스는 저에게 아주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어요,  여러 팀에서 테니스를 거의 메일 치다시피 했는데도 2년 넘게 같은 팀에 있던 팀메이트 이름도 저와 파트너가 아니면 알지 못할 정도로 저는 무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 친구들이 남편이 떠나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모두들 음식을 해다 줬습니다. 저희 집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친구들이 시골 멀리 떨어져 사는 저희 집에 아침 저녁으로 돌아 가면서 3주가까이 아니 제가 이제는 그만 갖다 달라고 할 때까지 아이들과 집에 있는 식구들을 위해서 음식을 해다 줬습니다.  그래서 그때 결심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적어도 같은 팀에 있는 팀메이트 이름은 꼭 기억해 주기로 그리고 먼저 웃어 주기로.

그렇게 믿고 마음을 줬던친구한테는 너무나 큰  상처를 입고 생각지도 않은 친구들한테는 너무나 큰 따뜻한 마음을 받았습니다.

토론토 와서 4일 동안 매일 매일  옛 친구들을 만나고 나니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에서 생각해보게 해 주었습니다.

좋은 친구 감동 시켜 줬던 친구들 얘기 좀 공유 해주세요.  제가 보고 배워야 될게 참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