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영국에 왔습니다.
참 여러 번 영국을 왔지만 이공항(Gatwick)은 처음입니다. 싼 비행기 표를 찾다 보니 공항도 자연이 제가 맨날 이용하던 공항이 아니어서 약간 당황을 했지만 곧 자동차를 빌리고 예약한 런던에 있는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는데 까지 4시간이나 걸렸습다.
큰 아들이 주말에 런던에서 우리와 만나기로했습니다. 드디어 남편의 고향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재회를 하는 것입니다.
영국을 많이 와보긴 했지만 아들들과 동시에 온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유럽은 어디를 가나 주차비가 숙박비 만큼이나 비쌉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포인트를 모아서 런던 처칠 하얏트 호텔에서 4일을 묵기로 했습니다. 호텔은 어떻게 포인트로 됐는데 하룻밤 주차비가 100달러입니다. 도저히 그 돈을 주고는 주차를 할 수 없어서 도착하기 전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조금 싼 공영주차장을 알아 놨습니다.
가방을 내리고 체크인 하러 가는데 유니폼을 차려입은 호텔벨보이가 자동차키를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서 주차하는 거 너무 비싸서 조금 있다 체크인하고 차를 빼서 공영주차장에 다 갖다 놓을 거니까 차를 움직이지 말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벨보이가 며칠이나 묶을 거냐고 물어 봅니다. 그래서 4일 일정으로 왔다고 하니까 자기한테 200 불만 주면 자동차를 같은 자리에다가 잘 보관 해 주겠다고, 차를 원할 때는 항상 차를 써도 된다고 합니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당장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벨보이가 다짐을 합니다 . 호텔엔 말하지 말라고. 당연한 거를 걱정 하지 말라고 하고 신나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사실 차를 뺄 수도 없으면서도 런던 시내에서 하루 종일 파킹 하는데 70불 미만인 곳은 찾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항상 차를 써도 되고 15분이나 걸어 가지 않아도 되고 바로 호텔에 다 주차를 할 수 있다니. 어쩐지 이번 런던 여행은 아주 좋을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과 매번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 이지만 정말 생각지도 않게 돈이 많이 드는 게 물값입니다. 거기다가 집에서 나가는게 아니고 호텔에서 나가는 것이니까 항상 물을 사 먹어야 되는데 그 물 값이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또 남자 애들이라 운동량이 많아서 땀도 많이 흘리고 또 흘린만큼 마셔 줘야 하는데 커다란 물병까지 들고 다니며 걷자니 너무 힘들고, 또 더운 날씨에 금방 물이 따뜻해져서 아이들이 미지근한 물을 마시기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자꾸 사 먹게 되고. 물값으로 하루 평균 20불은 거뜨니 쓰는 거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잠깐 갔다 오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여행 경비를 줄여야 해서 물은 웬만하면 호텔 짐에서 조달 하기로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호텔에는 라운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4일 동안 물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여기 저기서 좋은 조짐이 보입니다.
하루 2만보를 걷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싫다는 썬더를 데리고 무작정 도시지도 한 장 달랑 들고 호텔 밖을 나섭니다..아들에게 우리가 갈 곳을 설명해 줬지만 싼더는 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 도시를 돌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썬더가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고 따라 갔는데 싼더가 정확히 저를 호텔로 인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길을 알았냐고 했더니 오히려 나를 보며 되 묻습니다. 왜 갔던 길을 모르냐고요.
이번에 여행하면서 처음 알게 된 작은 아들의 길찾기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우리가 여행하는 내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무리 여기저기 꺾어져 길을 걸어도, 아무리 오래 걸어도 아들은 항상 정확히 저를 호텔로 인도 했습니다.
산더 생각
엄마는 런던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니까 런던에서 만큼은 우리가 좋은 호텔에서 믂는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좋은 곳에 묵을 일 없으니까 충분히 즐기라고 하시는데 나는 뭐 별로 좋고 나쁜 거 상관 없고 와이파이만 되면 되는데 엄마는 생색을 내고 또 낸다.
엄마가 무슨 일인지 기분이 좋아져서 호텔 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한테 호텔 구경을 시켜 준다고 한다. 나는 별 관심 없는데, 그냥 침대에 누워서 전화기를 갖고 갖고 놀고 싶은데 엄마는 굳이 나를 대리고 호텔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다.
난 그냥 여기 호텔 방에 앉아서 전화기와 할 일이 많은데... 내 눈에는 모든게 그냥 그저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은 5층에 있는 라운지다. 엄마가 여기있는 음식과 음료수는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고 해서 콜라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이번만 특별히’ 라고 한다. 신난다.
엄마는 라운지를 떠나면서 물 몇병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나는 엄마가 이럴 때마다 정말 챙피하다. 하지만 엄마와 다투는게 싫어서 알았다고 하고 물 세 병을 들고 나왔다.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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