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남편이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은 끊임 없는 검사와 검사의 연속이었습니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계들이 병실로 들어오는가 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남편을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검사를 해대더니 일주일이 지난 후 내린 결론은 더 큰 병원으로 옮겨서 더 자세하게 여러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게 보여야 한다며 남편을 앰뷸런스에 태워 후송을 했습니다.

새로 옮긴 병원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곳을 자세하게 스캔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며 남편을 병실로 데리러 왔습니다.

침대에서 침대로 옮겨 질 때마다 고통의 신음하는 남편을 보며 아니 검사를 하려면 한 번에 내려 가서 한 번에 다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매번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 하고 정신도 못 차리는 사람을 데려가고 데려오고, 또 데려가고 데려 가는지….왜 그러냐고 했더니 검사실의 스케줄이 다 달라서 그런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중 한 번은 남편을 침대에서 수송용 침대로 옮기는데 침대의 서로 다른 높이 때문이였는지 남편이 크게 고통을 호소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내가 할수있는 것은 오직 조심하라는 말 뿐이었습다.

그후 몇 주가 지나 남편의 고통도 어느정도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되고, 의사들도 정확히 어떻게 앞으로 치료 할 것인가를 결정 했을때 퇴원을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통제되지 않는 고통때문에 침대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 이제 퇴원할 날을 며칠 앞두고 남편은 피지컬과 아큐페이션 테라피를 매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 너무 고통 스러워 하더군요. OT 와 PT 모두 오랫동안 누워있어서 근육이 죽어서 그런다고 움직여야 된다고 하더군요. 저도 옆에서 계속남편을 독려 했습니다.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 하면 어떡해 퇴원을 하겠냐며 남편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이용한 것입니다.

PT의 도움으로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리고 아파서 고통의 신음나는 남편을 보며, ‘평소 절대로 엄살을 떨던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 아파 하지’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며칠 후 우리는 퇴원을 해야 했고 남편의 통원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처음 방사선 치료를 하러 가던 날 남편은 움직일 때마다 허리 고통에 눈물을 흘리 더군요. 온 몸에 그리고 모든 뼈에 벌써 암이 전이 됐기 때문에 우리는 암덩어리가 뼈를 눌러서아픈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 남편 담당 의사가 지나친 고통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더니 여기저기 만지고 질문을 합니다. 그러고서 하는 말이 ‘아무래도 척추뼈가 부러진 거 같다’고 응급실로 들어가 검사를 해보라고 합니다. 응급실에서 만난 또 다른 의사가 말합니다. 남편은 뼈에 암이 전이 돼서 아주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남편은 아파서 이때까지 한 달 넘게 침대에서 누워만 있었다고. 어떻게 움직이지도 않는데 뼈가 부러 질 수 있냐고.' 

그랬더니 침대에서 옮기는 도중 이나 후송 중에 뼈가 부러 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몇 주전 침대 높이가 다른 수송용 침대로 옮길때 남편이 고통에 소리 지르는던게 생각이납니다. 그때 척추뼈가 부러진 거였습니다.

우리는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해야 만 했고 저는 병원에 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병원 측은 환자를 침대에서 침대로 옮길 때는 항상 네 사람이 옮겨야 하는데 그때는 두 사람이서 옮겼다고 잘못을 시인 하고 미안 하다고 합니다. 정말 미안하면 다냐고 고소라도 하고 싶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남편은 돌 봐야 될병원을 상대로 쓸데없는 소모전을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말합니다. 뼈가 부러진 것은, 특히 척추뼈가 부러진 것은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그냥 다시 붙기 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척추뼈가 부러진 남편은 똥 오줌 나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 했습니다. 자존심이 강했던 남편이 똥 오줌을 싸고도 모르는 그 수치심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저는 집에서 돌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방학이라 집에 와 있던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없었다면 저 혼자서는 절대로 할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 사춘기도 바로 끝이 났구요. 남편이 똥을 싸면 아들들은 샤워실로 남편을 옮겼고 저는 그 사이에 침대보를 돌돌 말아 버립니다. 더러운 것을 빨고 말리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거 보다는 그냥 버리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그렇게 절대로 지나갈 것 같지 않던 시간들이 지나고 우리가 남편을 씻기고, 침대보를 가는데 도사가 되어 갈 때 쯤 남편의 척추뼈는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