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우리를 떠나기 3주전 다시 남편은 병원에 재 입원을 하게 됩니다. 

10 개월이 넘는 2번째 항암치료도 무사히 끝나고 좋아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2년만에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미래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입원을 하게 된게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마침 부활절 이라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아들과 동생들이 모두 저희 집에 와있던 덕분에  저는 병원에서 오로지 남편만 돌볼수 있었습니다.  동생들이 번갈아가면서 제가 먹을 것과 갈아입을 옷을 병실로 갖다 주었고 아들들도 매일매일 아빠와 시간을 보내러 올 수 있었습니다.  남편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더 이상 무엇을 씹어 먹는다는 것도 불가능 할만큼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도 먹여 줘야 되고, 아침 점심 저녁도 먹여줘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하듯 한 숟가락 만 더 먹으라고, 남편은 힘들어서 더 이상 먹기 싫다고, 아니 더 먹어야 된다고, 우리는 매일 매일 정말 너무나 사소한 것으로 끊임없이 말다툼을 했습니다.  

병원에서의 24시간은 정말 깁니다.  남편과 저는 그 시간을 우리가 좋아했고, 우리를 만나게해준 오페라를 들으며 보냈습니다.  거의 모든 시간 남편은 약에 취해 잠들어 있었지만 잠깐 잠깐 깰 때마다 보여 준 남편의 코멘트나 행동들이 저를 계속 상기시킵니다.  그래 남편은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였지.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을 옛날에 그렇게 사랑했었지 라고요.

우리는 둘다 오페라를 참 좋아합니다.  오페라를 통해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기도 했고구요.  같은 작곡가를 좋아하고, 같은 아리아를 좋아하고, 같은 음악을 좋아합니다,  성격이 전혀 상극인 우리 둘이 완벽하게 맞는게 있다면 아마 그것은 음악에 대한 우리들의 취향일 것입니다 .   우리는 병실에서 하루 종일 유튜브를 통해 우리가 좋아하는 오페라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도 찾아 듣고, 또 같은 음악에 매일매일 감탄하며 얼마나 좋은지를 이야기하고, 남편은 잠들어 있는 것 같아도 우리가 좋아하는 피스가 끝나면 항상 말합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구요 . 저는 그런 남편의 코멘트에 참 감사합니다.  남편이 그런 작은 코멘트들이 저에게는 잊고 지냈던 사랑을, 삶에 짓눌려 겹겹이 쌓아 놓은 남편에 대한 사랑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가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3주 동안 조그마한 병실에서 24시간 하루도 안 빼고 같이 먹고 자고,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남편이 저에게 준 우리들의 두 번째 허니문 이었습니다.

남편이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삶의 무게에 눌려 내가 남편을 과연 사랑하기나 했던 걸까? 라는 의문이 참 많이 들었었는데 그 3주 동안 남편이 매일매일 깨닫게 해줬습니다. 내가 이 사람을 왜 사랑했는지,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아직도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요. 

그래! 이 사람이여만 했어! 

그 마음을 다시 알게 해 준 것, 그것은 남편이 제게 마지막으로주고간 최고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