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남편의 상태가 하루가 멀다하고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던 어느날,

남편 때문에 한국에서 방문 중인 엄마가 이런 권유를 했습니다.   혹시 남편이 영세 받을 마음이 있느냐고?

어느 구원의 손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제가 그러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30년 동안 이민생활을 하면서 교회나 성당을 나간 적이 없습니다.

남편은  영국에서 왔고 저는 한국에서 와서 그 오랜 세월 동안 다른 나라에  살면서도 우리는 크게 각자의 커뮤니티에 연연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큰 결속을 해주는 교회나 성당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지요.  

저는 하나님을 믿지만 굳이 성당을 가거나 교회를 가야만 믿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아예 종교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항상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종교는 가장 큰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뭐 저도 거기에서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그러던 제가 종교에 대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 뻔히 아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영세 받을 까?” 라고요.

남편은 대답하기조차 힘들만큼 약해져 있었지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 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이라구요.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신부님이 오시면 꼭, 꼭 “네” 라고 대답 하라구요.

성당에서는 마지막 가는 길 영세를 주기는 하지만 영세 받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신부님이 물어봤을 때 꼭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엄마가 신신당부 했기 때문에,  제가 남편에게 다짐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신부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전혀 아는 사람이 없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이 주로 이사 온지 몇 달 되지 않아 남편이 갑자기 아파서 병원과 집 외에는 크게 동네에 뭐가 있는지 자체도 모를만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고 있었는데.

마침  천주교 신자인 둘째 동생이 성당에 연락을 해서 신부님께 사정 설명을 하고 신부님을 모셔 온 것입니다. 저도, 남편도, 동생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신 신부님께서 와 주신게 참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남편에게 영세를 해 주셨고,

남편은 그렇게 영세를 받고 몇 주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남편을 영세 해주신 신부님이 계시는 성당에서 장례식을 치뤘고,

그 후 저는 이민 온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서 그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음치도 그런 음치도 아닌 제가  성가대에도 들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성가 연습을 하러 갈 때마다 남편 생각을 합니다,  

어쩔 때는 조금 더 살지, 조금만 더 살아 주지 하는 원망,  

어쩔 때는 2년을 더 버텨줘서 너무 고맙다 는 생각,  

또 어쩔때는 그래도 내 생각해서 고생 오래 시키지 않으려고 그렇게 빨리 간 걸 거야 라는 생각 ,

20년 동안 옆에서 살면서 그렇게도 내 속을 썩였 으니  

앞으로 나한테 좋은 일로 다 갚을 거라는 생각…...  

그 좋은 일중 하나가 이렇게 제가 성당을 가고 성당에서 성가를 부를 수 있게 된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성당에 도착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연습실  맨 뒷자리에 앉습니다.

노래를 못 하는게 혹시 들킬까 봐 찾을 수 있는 최대한 구석에 앉아서 성가 연습을 합니다.  

매주 성가대에서  선택하는 성가가 어떻게 모두 다 그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모두 다 제 얘기 같고 모두  남편이 저에게 해 주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주 성가 연습을 할 때마다 울컥 울컥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립니다.  

악보가 눈물 때문에 보이지 않습니다.

악보를 보나 안보다 저는 어차피 입만 빵끗빵끗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성가대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킵니다.

노래를 못함에도 불구하고 성가가, 성가 연습하는 시간들이  제게는 참 큰 위로가 됩니다.

이렇게 매주 흘리는 눈물이 언젠가는 격 주가 될 테고 또 언젠가는 한달이 될테고

그리고 언젠가는 문득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되겠지요.

그 날을 기다리는 길밖에는 지금은 아무 방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