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정말 많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펌프를 24시간 가동 하고 있는데도 비의 양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아들 학교도 몇일째 문을 닫아서 집에 있던 아들이 걱정이 되는지 자기가 비를 맞아가며 물을 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러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네가 가장이니까 라고요.   

조금 있다 아들이 들어와서 제게 말합니다. “엄마 지하실도 물이 가득 찼어”라고,

저는 저도 모르게 남편을 찾습니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습관적으로 남편에게 말을 했기 때문에 남편을 찾은 것입니다. 그렇게 안 방으로 들어가다 말고 공허하게 웃습니다. 또 가슴이 멍 해집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다시 방에서 나와 아들과 같이 지하실로 갑니다.

지하실이 수영장이 됐습니다.

3년 전 처음 여기 이사 왔을 때 그린하우스를 만들겠다고 거금을 주고 산 두 세트의 그린하우스 조각들이 박스에서 뜨끼지도 못한 채 물에 젖어 누워 있습니다.  아들과 다 젖어버린 박스를 걷어내고 그 안에들은 그린하우스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깁니다.

남편이 그린하우스를 사고 얼마 안 돼서 아팠던 관계로  그 그린하우스 조각들은 한 번도 그린하우스로 지어지지 못하고 이렇게 흠뻑 젖은 채 여기저기 흩어져 누워 있는 걸 보고 또 쓸데없는 눈물이납니다.  

혹시 나 우는 걸 아들에게 들킬 새라 “마지막 정리는 니가 해” 라고 하고 저 혼자 지하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열 받을 때 나 문제가 생겼을 때,  정말 좋은 것을 볼 때나 황당한 일을 겪었을 때 아직도 나도 모르게 바로 드는 생각은 ‘어 이거 남편한테 말해 줘야지’ 그리고 그 후로 바로 엄습하는 슬픔과 공허함…

오늘도 이렇게 남편은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같이 와서 내 가슴을 눈물로 채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