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제 남편도 고집과 자존심이 대단합니다.

영국 사람 특유에 그 자존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물론 한때는 그 자존심이 멋있어서남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자존심때문에 제가  엄청난 고생을 합니다.

남편은 암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매일 매일 페인 메디슨을 먹어야 합니다.

남편은  매일 그 마약류의 진통제를 하루 두 번씩  복용 합니다.

의사가 말해 주기를 그 진통제는사람을 꼭 알콜에 취한 거 와 비슷한 상태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요.

하지만 남편은 저에게 모든 걸 의지 해야만 하는게 절대 용납할 수 없는일인가 봅니다.

제가 필요 하다는 거 다 사다주고, 원하는 거 다 해주는데도 가끔씩은 본인이 나 가서 운전을 해 무언가를 사 오고 싶어 합니다.  

저는 남편이 그럼으로써 자신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아직도 유용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라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남편의 안 전 때문에 운전하지 말라고 매일 매일 싸우는게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운전대를 잡지 않게 하는것이 쉽게 되지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두 아들에게 정원에 나가서 일 좀 하라고  시켰습니다.

떨어진 나무가지들도 줍고 잡초도 뽑고 하라고, 일을 시키고 얼마 있지 않아  큰아들이 들어옵니다. 제가 “아니 벌써 일이 다 끝났냐고 일을 시키면 좀 꾸준히 , 오래 제대로 좀 해”라고 얼굴 보자마자 잔소리부터 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말합니다 “엄마 조그만 사고가 났어요.  좀 나와 보세요”라고

‘아니 집안에서 도대체 무슨 사고가 났을까?’ 하면서 현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니  어떻게 …..그런일이…. 어느 새 남편이 무엇 때문인지 저희집에 있는 둘리라고 하는 큰 트럭을 타고 나갔나 봅니다.  그 트럭이 대문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게이트도 찌그러져 있고,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게이트가  트럭을 양 사이에 놓고 문을 닫으려고 하는바람에 트럭의 중간부분에 꽉 끼어서….

아이고 그걸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니  이 넓은 곳에서 왜? 왜? 도대체 트럭을 대문 닫히는 중간에 다가 놓으냐 이겁니다.   

‘아니 왜?’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미 저질러진 일 이기도하고 아픈 남편을 상대로 성질을 낼 수는 없어서 괜찮다고 보험에 전화한다고 하고 아이들한테는 잡초 나 맞아 뽑으라고 말하고 쿨 한척 집으로 걸어 오는 길에 정말 얼마나 열이 받는지**&^%$#@#$@#$%^&

아니 왜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저는 스스로에게 그래도 몇 달전 아파서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보다 지금은 그래도 운전 할 여력이 있으니까 사고를 낼 수 있는 거라고 위안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문 고칠 생각과 자동차 보험 올라갈 걱정을 하니 도저히 열이 시켜 지지가 않았습니다.

또 한 번은, 큰아들이 영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남편이 뜬금 없이 우체국을 갔다 와야 한다고 합니다.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우체국에 왜?   그리고는 바로 제가 갔다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우체국을 본인이 간다고 합니다.

저는 아니 내가 갔다오면 되는데 왜 자꾸 뭐가 필요하냐고 내가 갔다 온다고 했습니다.

조금 있다 내일이면 방학이 끝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큰 아들이 들어와서 제게 한국말로 말합니다.

“엄마 아빠가 나를 데리고 우체국에 가고 싶어 하는데 우체국이 멀지도 않고. 아빠 자존심 상 하니까 엄마가 이것만은 아빠한테 가라고 허락해줘요”라고 말합니다.  

저는  아들 말에 정말로 원하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갔다 오라고 아들과 남편을 보냈습니다.  우체국은 집에서 5분도 채 안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30분이지나고 1 시간이 지나도  돌아 오지 않는 것입니다.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한테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화내지마”  하고 시작을 하는데 벌써부터 화가납니다. “ 왜 무슨 일이야? “

아들이 조그만 차 사고가났다고 말합니다.

저는 아들과 남편이 자동차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아들과 남편이 괜찮냐고 묻기 보다 는 “또 이번에는 어떻게?”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곧 자동차 사고가났다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다 보니 남편과 아들이 자동차 옆에서 서 있고 다른 자동차가 잔디밭 위에 올라와 있는게 보입니다.  제가 도착하고 얼마 있지 않아 경찰이 왔고 남편과 아들이 사고의 경위를 설명 했고 저는 남편 차를 사고난 곳에 남기고 두 사람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남편에게 큰 아들 앞에서 정말 확실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내 아들 태우고 절대 운전 하지 말라”고요.

그 자동차는 어떻게 되냐고요?  

폐차 시켰습니다.  

또 앞이 깜깜해 옵니다 매달 들어가는 병원비도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렇게 끊임없이 사고를 내고 있는 남편 뒤 처리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남편과의 하루하루가 꼭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습니다.

남편 덕분에 우리는 자동차보험료를 1년에 만불을 냅니다. 끊임없는 사고 때문에 보험료가 웬만한 차값 보다도 많습니다.  

그 사고 후에도 남편은 또 다른 차를 타고 나갑니다.  

아프니까 봐 주지만 정말 어쩔때는 너무너무 화가납니다.

이러다가는 제가먼저 스트레스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다.

그 후로도 남편은 끊임 없이 크고 작은 사고를 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정말 끝까지 운전을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 운전은 자신이 아직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유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하는  최후의 보류 였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금은 열을 받을 일도 없고, 사고 뒷수습을 하러 다니지는 않아도 되지만…..

남편의 차를 볼때마다, 한 때 트럭이 끼어 있던 게이트을 나설 때마다 남편을 떠올립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런  남편이 그립습니다.

살아 있었으니까 사고도 내고 속도 썩이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