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쓰는 이 컬럼의 제목과 취지에 꼭 맞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입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로 기획된 그림책입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그 차이는 뭘까요?
저는 '생각/경험의 깊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경험이 짧아 생각이 짧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긴 경험과 길고 깊은 생각을 요하는 주제의 책은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에서는 '너무나도 가벼워서 내가 안아 올릴 수 있는 엄마'가 나옵니다.
늙은 엄마요.
아이들도 '엄마'를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지지만 아직은 자신이 엄마를 들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겠죠.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가벼워진' 엄마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미국이란 타국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가벼워진 엄마를 안아 올려드릴 수도 없는...
이렇게, '경험'이란 '생각'의 근거가 됩니다.
같은 어른이라도 한국에서 부모님과 가까이 살거나 아예 함께 사는 사람들과
또 이렇게 바다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사는 우리의 '경험'은 또 다른 '생각'과 '느낌'을 낳겠죠.
너무나도 가벼워진 엄마에게 왜 이리 가볍냐고 묻자
그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에미야, 걱정말아라.
내 모든 시름, 걱정 내려놓아서 그러니라.
이렇게 간단한 말 한 마디만 듣는데도 눈시울이 붉어져 오네요.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엄마 이야기만 있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해 볼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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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요술쟁이이다.
손녀의 스웨터를 짤 때는 바늘보다 더 납작하고, 꿀 달라고 조르면 저 높은 시렁까지 키가 쑥 늘어난다.
사과를 딸 때는 저 하늘까지. 그 품은 호수보다 넓으리.
터미널에서 만난 어느 어머니는 머리 위에 까마득히 짐을 올리고도 눈 가늘게 웃고 있다.
서울 사는 자식들 주려고 농약 한 방울 안 치고 기른 거란다.
길가에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어머니는 쪼글쪼글 우중충하지만,
그 앞에 놓인 바구니엔 무지개가 담겨 있고, 주홍빛 감 하나 머리에 앉아 인생을 밝힌다.
국화꽃 한 송이 그러안고 자식 앞세운 슬픔을 삭이는 지인의 어머니는
죽음이야말로 일상이라고 무언으로 가르친다.
결혼의 남루와 번잡에 가슴 베이며, 허공에 매달려 삼천 번도 더 두레박을 던져 보고
백만 번도 더 전쟁을 하며, 마흔 살에 비로소 자기 방을 찾은 윤석남은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싶어
그림을 그리게 되었노라 했다. 그리고 일흔여덟 지금까지 치열하게 여성, 여성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작가의 사유가 담긴 32점의 드로잉과 자전적 에세이가 어우러진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60여 쪽의 얇은 책이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이 무대를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회에서 보고 느꼈을 뿐 만져 보지는 못했던 액자 속의 어머니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기대기도 하고 쓸어 보기도 할 수 있으니, 종이책의 효용이 바로 이런 게 아닐는지. - 강옥순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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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윤석남 화가의 멋지고도 웅숭깊은 그림과
한 편의 시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단지 어여쁜 이야기와 감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지치고 아픈 마음,
서글픈 마음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보듬어볼 수 있게 배려한 그림책 같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읽어 보세요.
가슴 가득 푸근하게 차오르는 따뜻한 기운.
아마도 작은 '힐링'일 지도 모릅니다.
2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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