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깜깜한 밤을 보내고 있는 당신을.
이것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이 편지를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느낀다면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지금.
그 깜깜한 밤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깜깜한 밤.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별이 보일 거라고.
또 말합니다.
귀를 기울여 보라고 새소리가 들릴거라고.
또 말합니다.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아침이 올거라고.
그런데 정말 깜깜한 밤에 있다면 압니다.
그걸 다 알아도 아무리 그렇게 해봐도
그 밤의 길이가 짧아지진 않는다는 것을.
오롯히 그냥 버텨내고
그저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그 끝이 언제인지 몰라 그저 막막하다는 것을요.
나의 그날도 그렇게 깜깜했습니다.
기진맥진했고 온 몸에 힘은 다 빠졌버렸습니다.
어디에라도 기대고 싶었습니다.
위로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그리웠던 날,
강의를 하나 들었고
첫번째인가 두번째 슬라이드 쯤에서
눈이 막 아파왔습니다.
나 혼자 깜깜한 밤을 보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별 말이 아니었는데,
그 어둠이 곧 없어질 것이란 희망도
그 어둠이 지나고 나면 당신이 더 강해질꺼라는 격려는
더욱 더 아니었는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그 말이
참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그 위로에 기대어 펑펑 울었습니다.
아마도 그러고 나서일 겁니다.
오랜 만에 운전을 하고 나선 거리,
익숙한 거리 속에서,
내 밤이 참 깜깜하다고 느끼면서
문득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나도, 당신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당신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깜깜한 밤에서 별빛을 만난 것도 같고
새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겠구나,
생각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 둘이
깜깜한 밤을 같이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편지가
당신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딘가에 있는 당신이
내게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
오늘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쓴 이 편지가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위로가
조금은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4월의 끝에서.
*봄바람 숭덩 잘라
당신 고달픈 날 드리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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