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잠시 뒤로 하고  엄마가 몹시 생각나는 밤에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올립니다.  엄마라는 이름은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합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안계셔서 더욱 그렇지요 .

아!아! 아버지와 이어지는 글이니  처음 보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엄마가 집에 있어서 좋았다

   엄마는 여장부였다. 섬세하고 가정적인 아버지와 달리 늘 계 모임이다, 학교 육성회장이다 하며 밖으로 나다니셨다. 

 학교에 갔다 오면서 엄마가 오늘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인천여중에 다니던 언니는 사춘기라 그런지 몇 살 위의 가정부(영희 언니)와 자주 싸웠다. 

  교복의 흰 칼라를 매일 빨아서 아침마다 빳빳하게 풀 먹여서 대려야 하는데 마음에 안 들게 했다고 한번은 칼라를 집어 던지며 

 대들어서 영희 언니가 우는 것을 보았다.

  어린 마음에도 그 언니가 너무 안쓰러워서 잘해주고 언니, 언니 따랐다.

  후에 엄마가 먼 친척이라고 하고 중매를 해서 창경원에서 일하시는 분하고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났는데 몇 달 후 영희 언니가 

 나를 찾아왔다. 너무 보고 싶었다고 자기 집에 가서 놀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집은 달동네 조그마한 판자집이었던 것 같다. 

  언니는 밥 위에다 밀가루 개떡을 쪄서 먹으라고 주고 저녁을 먹은 후에 버스가 끊어져서 못 가니 거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일찍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울며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왜 그리 깜깜했던지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엄마의 사업은 고향사람의 사기에 걸려 뜻을 펴 보지도 못하고 집안은 풍지박산했다. 

  곧 시골로 이사하게 되어 영희 언니는 다시 보지 못했다.

   대신 엄마가 늘 집에 계셔서 좋았다. 엄마가 음식솜씨가 좋은 것을 그 때 알았다. 모양 내는 요리는 못했지만  손맛이 있어서 

  내 도시락 반찬은 늘 인기였다.

   학교 갔다 오면 찐빵을 소쿠리에 잔뜩 쪄서 식빵처럼 쓱쓱 썰어 버터에 구워주시거나 범벅을 한   밥통씩 해 놓으셨다. 

  파란 완두콩을 넣은 밀가루 범벅, 팥을 끓여 수제비처럼 뜯어 넣은 팥범벅 등 지금 내가 해보려고 해도 왜 그 맛이 안 나는지...

   어려운 살림이었을 텐데도 나는 시골학교 교감선생님 댁에서 과외공부를 했다.

   엄마는 갓 낳은 달걀들을 소쿠리에 담아서 들고 선생님 댁, 교회 목사님 댁으로 부지런히 날랐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목사님과 교인들이 같이 교회에서 놀다가 새벽 송을 돌았다. 하얀 눈을 밟으며 우리 집에 가면 엄마가 

  커다란 들통에서 펄펄 끓는 팥죽을 한 그릇 씩 퍼서 모두에게 대접하셨다. 

   학생들에게 줄 커다란 과자봉지도 몇 십 개씩 미리 만들어 놓으셨다.

  엄마는 교회에 열심이셨다.

  시골길 논밭을 가로 지르며 한참씩 걸어서 부흥회를 따라 다녔다.

  다른 자매들은 같이 간 기억이 없다. 나만 엄마를 따라 자주 다녔던 것 같다.

  부흥목사님의 말씀에 성도들은 손을 들고 소리지르며 울며 기도하고 어떤 사람들은 일어서서 춤을 추다 

 흰 한복치마가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길길이 뛰는 사람도 보았다.

  엄마는 한 쪽 구석에서 조용히 무릎 꿇고 묵상기도를 하셨다.

  왜 저렇게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기도를 할까? 

  어린 내 눈에 이상하게 보였지만 그 시절 나는 그저 엄마를 따라 다니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커서 생각해 볼 때 엄마는 우리 집이 망한 원인이 자신이라 자책하며 아버지와 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교회를 다니시나 보다라고 만 생각했다. 후에 더 큰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