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서 민의 사진을 꺼내 보았다.  

갈대밭에서 석양을 등 뒤로 받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야, 언젠가 다시 민을 만나게 될거야.”

혼자 자문 자답했다. “정말 내가 민을 사랑한 것일까?”

자신이 없어졌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억마저 퇴색해 감을 느꼈다.

“민이 나를 찾고자 애썼다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찾았을거야”

애써 변명거리도 찾아보는 윤지였다.                       

방학이 되었다.

윤지는 아빠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기 위해 평일에도 한 나절씩 파트타임을 했다.

이제 한 학기만 마치면 주립대학 영문학과에 편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쥴리는 아트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다.

“공부 마치면 뭐 할거야? 선생님 될래?”  쥴리가 물었다.

“글쎄 교사도 괜찮지.”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사실은 글을 쓰고 싶었다.

나의 삶 속에서 해 보지 못 했던, 또 해 보고 싶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민과의 추억들도 아름답게 남길수 있겠지.

훗 날 내가 작가로 유명해 지면, 그 때 가서 그를 만난다면 어떤 얼굴을 할까?

“진우 오빠는 정치 쪽에 관심이 많아. 졸업하면 대학원에 진학할거야.”

쥴리가 은근히 진우의 이야기를 비췄다

“너 솔직하게 말해 봐. 우리 오빠 괜찮지?”

“아직 다른 생각 없어.”윤지는 얼버무렸다.

“너 나이를 생각해라. 미국에서 남자 제대로 만나 결혼하기가 어디 쉬운지 아니?

 좋다고 할 때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 들여. 사실 우리 오빠가 좀 아깝지만 별수 있니?”

 깔깔 웃으며 쥴리가 선수를 쳤다. 

맞는 말이야.

진우 정도면 싱싱한 후배들이 줄을 설 만하지. 공감이 갔다.

민지를 통해 진우이야기를 들은부모님은 내심 어떤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스물아홉이면 여자나이로는 환갑이라는 말이 있는데, 말씀은 안하셨어도

걱정하시는게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