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16세된 베이비 시터가 아이를 학대해서 재판까지 회부되는 일이  있었다.

  물론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어떤 변명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렇게 아이 보기가 힘들면 차라리 다른 일을 찾아 할 것이지…

  ‘외 손주를 보느니 차라리 파 밭을 매겠다’는  속담이 있다. 길거리에서 떠 도는 걸인여자를 데려다 밥을 주고 아이 보는 일을 맡겼더니 한 나절도 안되어서 보따리 찾아 달아 났다는 옛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그 만큼 아이 돌보기가 힘들다는 말이겠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아무리 정성을 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따를 수가 있다.

   외가로 먼 친척 되는 집에 아들 오형제가 있었다.

   아버지는 육군 장성 출신이고 엄마도 고등교육을 받은 인텔리여성으로 그 당시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가정이라고  남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어느 날 가사도우미도 퇴근한 오후 늦게  부부가 외출을 하면서 생후 일년도 안 된 막내를 형들에게 맡기고 나갔다. 제일 큰 형이 중학생이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형들은 아이를 잘 데리고 놀아준답시고 그네에 태우고 흔들어 대고 안고 돌아다니다 그만 떨어뜨렸다.

  아이가 새벽녘에 울어대자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이미  뇌에 손상을 입어서  장애아가 되었다.  그 가정에 어두운 그늘이 지기 시작했지만 신앙으로 잘 극복하고 아이를 특수학교에 맡겨 주말에만 집에 데려다 보살펴 왔다. 

  열 여덟 살이 되어 코 밑에 수염이 거뭇 거뭇해서도 서너 살 난 아이의 지능 밖에 안 되어 낯 선 사람만 보면 초콜릿 달라고 겅중 겅중 뛰며 따라 다녔다. 하루는 아이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아마 집이 그리워서 무작정 뛰쳐나갔다가 길을 잃은 것 같았다.

  부모는 많은 날들을 그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로 살았다. 생사여부라도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형들은 어땠을까?  그 당시는 어렸었지만 일생 동안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을 지도 모른다.

  늘어나는 여성인력에 따라 증가하는 ‘맞벌이 부부’ 는 문제점이 많다.

  가정의 경제를 위해서나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은 의도에서 결혼하고도 직장을 놓지 않고 심지어는 아이까지도 늦게 가지는 가정이 많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 수성구의 주부모니터 박영주씨는 이런 문제점들을 들어 해결책을 제안해서2009년 생활공감국민 아이디어상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국 150개의 공,사립유치원에 시범적으로 3세~ 5세의 아이들을 밥 10시 까지 돌보는‘야간 돌봄 유치원’을 전담 운영하게 되었다.

  아이는 부모가 돌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부득이한 경우에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베이비 시터가 할머니다. 요즘 젊은 할머니들은 단호하게 손주를 돌 볼 수 없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자식이 눈물로 호소하면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혼연령의 자녀를 가진 예비할머니들은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나도 딸이 하나 있지만 글쎄! 막상 닥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도 번번히 딸에게 지는 걸 보면 그 문제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