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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댁의 생각상자

(추억 상자) 명품 만두속 Mijin Kim (seoulajumma) 2020-8-31  08:07:06
일본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충청도에서 살아오신 아버지는

경기도 여자인 엄마와 결혼을 하고, 신혼을 충청도에서 보내셨다.

술과 담배 지점을 하셨던 엄마는 활달하고 괄괄한 성격에, 손이 커서

음식을 해도 푸짐하게 하셨는데, 층층시하 무서운 시집에서는

음식도 먹을 만큼 조금씩 해 먹어야 하고 또 이것저것 해먹을 수 없었기에

둘째 언니를 낳으러 경기도 친정집에 와서는 주저앉아 버렸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저런 대가센 며느리와는

이혼하라는 할머니의 엄포에 야반도주하시며 엄마를 찾아왔단다.



이때부터 아버지에게는 먹거리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들에 놀라우면서도 혀끝의 행복은

시작이 된 것이다.



그중 가장 좋아하신 것은, 생태를 넣은 김장 배추김치와 달랑 무라 불리는

총각 김치를 좋아하셨고, 특히 더 좋아하신 것 생태를 넣은 김장 배추김치

에서 생태를 다 빼먹을 무렵 김치가 익으면, 그 김치를 송송 다져서

간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어 만든 김치만두를 좋아하셨다.



겨울이면 언제나 만두를 만드는 것이 일이었는데, 아침마다 자전거에

두부판을 사람키보다 높이 싣고, 딸랑거리는 종을 흔들며 목청 높이

"두부 우~~~워~~~" 하는 두부 장수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면

엄마는 옷핀을 꽂아 잠가놓은, 잔잔한 꽃무늬 하늘거리는 몸뻬 바지

주머니에서 옷핀을 푸르고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면, 나는

부리나케 대문을 열고 두부를 사러 나간다. 첨에는 밤나무 아래에서

종을 딸랑거려, 밤나무까지 내려가서, 두부 한 판을 사 왔는데

언젠가부터는, 우리 집 언덕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기 시작하신 것을

알아채고, 나도 꾀가 나서 대문 안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밤나무 아래에서

우리 집 앞까지 오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랫집 순우네 할머니도

털 모자와 털 조끼와 털신을 신고는 나와서 두부 한 모를 사 가신다.



두부 한 모에 100원이었는데, 한 판을 사면 천 원이라 두부 두모를

덤으로 받을 수 있어 언제고 엄마는 한판씩 사셨다.

그러면 아저씨는 노란색 판까지 주셨다. 두부 한 판을 사 가는 나를

보며 "야~ 너희 집 애들은 두부를 많이 먹어 두부 살이 쪄서 다들

뒤룩뒤룩 퉁퉁 하구나 하하하~~ 켁켁 컥컥컥" 결국 혼자 웃다가

목에 사레가 들어 캑캑 거리다 혼자 뻘쭘했는지, 두부 봉지를

팔목에 걸고 양손을 털 쪼기 주머니에 넣고는 실쭉실쭉 하면서

집으로 들어가셨다. 빨간 내복 차림에, 맨발에 파란색 앞이 막힌

꽃무늬 엄마 쓰레빠를 질질 끌며, 거기에 맨손인 나는

너무 추워서 할머니가 나를 놀리셔도 말대답도 한마디 못하고

에고 모르겠다~ 이러며 집으로 달려왔다.



노란색 두부 판을 양손으로 들고 집으로 올라와서, 안마당에

물이 들어있는 고무 다라 안에 두부를 한 모씩 떼어놓으면 뿌연

물이 한 번씩 생긴다. 이렇게 열두 개를 모두 다라 안에 넣어놓고

시린 손을 모아서 입가로 가져와서는 "화~~" 하며 입김을 쐬어준 뒤

두부 장사 아저씨에게 얼른 노란 두여 판을 가져다준다.



이날도 겨울방학이라 언니들과 동생들 모두 집에 있었는데

여상에 다니며 대한 조선 공사를 다니던 첫째 언니는 일찍 출근을

해서 없었고, 둘째 언니 이하 우리들은 모두 집에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산에 땔나무를 하러 간다고 나가시며, 우리들 보고

엄마가 돌아오실 때까지 만두소와 만두피를 만들 반죽을

해 놓으라고 명하신 후, 톱과 지게와 손도끼를 챙겨서 나가셨다.



둘째 언니는 우리들에게 언제나와 같이 일을 분담 시켰다.

언니는 항상 민주적인 방법으로 일을 나누어 주었는데

종이에 일거리를 적어놓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원하는 일을 고르되 일의 가짓수는 일정했다.



쇠 우사를 치우고 점심을 주는 일,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고

점심 먹을 밥을 짓는 일, 방들을 청소하고 걸레를 빨아 방과

마루를 닦는 일 그리고 나서 만두소를 만들 때 해야 하는

김치 다지기, 당면 삶아 다지기, 두부 으깨기, 만두피 만들기

등등이다.



그중에 김치 다지기는 둘째 언니가 하게 되었고 만두피 만들기는

셋째 언니가 하게 되었다. 막내딸 꼼지는 언제나 엄마 아버지의

왕자님이신 귀염둥이 진짜 막내를 보는 일을 했다.



막내 언니와 나는 일을 같이 했는데 뭐.. 대부분은 소 우사치 우기나

방 청소하기 또는 설거지 등을 했다.



나는 일을 다 끝내고 셋째 언니가 만두피 만드는 것을 구경하러

갔다. 우리 집의 일류 요리사 밥 girl 언니인 셋째 언니는, 누군가

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려고 하면 항상 거만한 표정으로

요리 강사가 된 양..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약간 이정섭 씨의

표정으로 '증~~~말~~~ ' 이런 말투로 "야~아~ 만두피를

만들 때는 "익. 반. 죽."을 해야 하는데~ 너 익반죽이 뭔 말인 줄 알아?

익반죽이란 따듯한 물로 밀가루 반죽을 하는 거야. 말 그대로

반만 익히라는 거~~지~~음~ 그리고 이때는 소금을 조금

넣어주어야 반죽이 싱겁지 않고 맛있는 반죽이 된단다... 알겠니?

흠 흠~~ 이렇게 설명을 하면서 반죽을 하는데, 주물럭 주물럭

잘도 한다. 그러면서 "야~아~ 잘 봐아~음? 만두피 반죽은

이렇게 자꾸 치대야~아~마~안!! 밀가루에서 글. 루. 텐.이라는 성분이

나와서 더더욱 찰지고 맛있는 반죽이 되는 거란다. 알겠야 아?"



그사이 둘째 언니는 배추김치를 통째로 꼭 짜서는 다라에

넣어 방으로 가져왔다. 얼마나 잘 짰는지 빨간 배추김치가

연한 주황색으로 변했으니, 저 김치들을 우물에서 짜느라

개고생 했을 생각을 하니 너무 불쌍했다.

금방 저 많은 배추를 짜가 지고 오면서도 우리들을 부르지도 않고

혼자서 다 한 것을 보니 역시 큰언니들은 다르다.



둘째 언니는 도마를 다라 위에 걸치고 칼로 배추김치를 다지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다지다가 힘들어지면 다른 한 손으로 다지다가 나중에는 도마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양손에 칼을 들고 두 손으로 다지기 시작하는데 정말

대단해 보였다. 마치 서부영화의 쌍 권총 잡이나 중국 영화의 쌍 칼잡이가

마치 환생이라도 한 냥 무슨 달인 같아 보였다.



언니는 날 보고 마당의 두부를 가져오라고 하고, 셋째 언니는 점심상을

차리러 부엌에 가서, 김칫국을 끓여서 만두 반죽하고 남은 것을, 집어넣어

수제비를 만들었다. 나는 두부를 방으로 가져가서 언니에게 주니

으깨라고 한다. 차가운 두부를 으깨니 두 손이 시려와서 으깨다 말고

손에 입김을 불어주고 또 으깨고 또 불어주고를 반복했다.



넷째 언니는 당면을 끓여서 소쿠리에 물을 뺀 뒤 방으로 가져왔다.

아까 치워놓은 방은 튀어나간 김치 쪼가리들과 밀가루 파편들로

더러워졌고 거기에 두부를 가져오면서 떨어진 물방울들과, 이번에는

당면을 다지며 튀겨나간 당면 알갱이들 때문에 어차피 다시 치워야 했다.



거의 두부도 다 으깨니, 둘째 언니가 배보자 기를 주며 거기에 다진 두부를

넣고 소쿠리에 넣은 후 마당에 있는 짱돌을 올려놓으라고 했다.

그래야 물이 빠진다고... 김치도 다 다져가고 당면도 거의 다져갈 무렵

김치 수제비 솥과 밥상이 들어왔다. 어린 막내들을 위해서 아랫목에

묻어놨던 찬밥도 꺼내어왔다. 우리들은 수제비를 먹고 셋째 언니가

막내들은 수제비 국에 두부를 넣은 것을 건져내어 찬밥과 말아 주었다.

김칫국도 떠서 같이 먹으라고 주었다.



점심을 모두 맛나게 먹고 셋째 언니는 상을 치우고 둘째 언니는

만두소를 버무렸다. 다진 김치와 물 뺀 두부와 다져놓은 당면 그리고

부엌 찬장에 어제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 놓은 연분홍색 간 돼지고기를 가져다

넣고 버무리니 훌륭한 만두소가 되었다. 이렇게 만든 만두소를 꼭꼭

눌러놓고 배보자기로 덮어놓은 뒤 마루에 내어놓았다.



모든 일을 마친듯하여 나는 막내 언니와 산으로 엄마와 아버지를 보러 갔다.

산에 가니 엄마가 커다란 나무에서 잔가지를 톱으로 자르고 계셨다.

바람이 불어 쓰러진 나무는 적당히 말라서 땔감으로 제격이다.

나와 막내 언니에게 나무를 가지고 집으로 가라고 해서 언니와 나는

나무의 앞과 뒤를 들고 집으로 왔다.



아버지는 잔가지들을 묶어서 지게에 매고 내려오시고 엄마를 따라갔던

우리 집 똥개인 이쁜이도 줄레줄레 따라왔다.



아버지와 엄마는 배가 고프셨는지 뭐 먹을 것 없냐고 찾으셨다.

추운데 산에 나무를 하러 가신다고 가셔서 점심때를 넘겼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셋째 언니는 김치 수제비 국을 빨리 끓여내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부엌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는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으셔서 꽃무늬 양은 상을 놓고 수제비 국을 퍼서는

불을 쬐어가며 드셨다. 셋째 언니는 방에서 찬 밥통을

가져다가 밥 물도 끓여 식사가 끝난 엄마와 아버지에게

따듯한 밥 물도 드렸다.



엄마는 늦은 점심을 드신 후 저녁에 먹을 만두를 만드시려고

자리를 잡으셨다. 우리들도 모두 앉아서 같이 만두를 만들었는데

엄마는 만두소를 어찌 이리 잘 만들고 김치를 잘 짜서

물기도 없게 했다며 칭찬을 하셨다. 요즘 말로 정말 명품 만두 속

이라고 해야 할까? 둘째 언니는 칭찬을 들으니

뿌듯해하며 열심히 만두 피를 만들었다. 둘째 언니와 엄마는

밀가루 반죽을 빈 소주 됫병으로 밀어 넓게 만들면 옆에서

나는 작은 밥그릇으로 만두피를 찍어 셋째와 막내 언니에게 주고

언니들은 만두를 만들었다. 셋째 언니가 만든 익. 반. 죽. 은

다 좋았는데 굵은소금이 여기저기서 만저졌다

엄마는 괜찮다며 어차피 국을 끓이면 다른 간할 필요 없이

만두피에서 소금이 나오겠다며 웃으셨다.

그러면서도 다음번에는 소금을 따듯한 물에 꼭 녹여서 하라고

당부하셨다. 익. 반. 죽을 만든 밥 girl 셋째 언니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알았다고 했고, 만두는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막내딸인 꼼지까지

꼼지락거리는 손으로 만두 만드는 것을 도왔으니 더 빨리 만들었

던거 같다.



엄마는 우리들 보고 남은 만두도 만들라고 하시고는

저녁 일을 하러 나갔다.



우리들도 티브이를 보며 만두를 더 만들어 놓고는, 엄마 아버지를

도와 소똥을 치우거나 지푸라기를 날라다 놓거나 하다가

순우네 마당에서 자치기하는 아이들을 보고는 내려가서

조금 놀다가 짧은 겨울 해를 나무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셋째 언니는 만둣국을 끓였고 떡도 조금 넣었다.

저녁상을 보니 아버지에게는 간 돼지고기를 간장에 조려

술안주로 내었다. 아버지는 막내에게 조금씩 돼지고기 맛을 보이며

소주 한 잔과 간 돼지고기를 드시며 만두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충청도에서는 만둣국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만둣국을 먹으니 너무 좋다고 하시면,

슬그머니 엄마는 만둣국 한 그릇을 더 떠서 아버지 앞에 놓아 드렸다.



왜 충청도에 만둣국이 없었으랴?

아마도 가난한 할머니는 하루하루 밥해 먹기도 힘드시니

만둣국을 해 드실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며칠 후 엄마는 많이 화가 난 목소리를 내시며, 우물로 우리들을 부르셨다.



"누가 짤순이에다 배추를 짠 거야!!! 누가 옷으로 김치 해먹는다고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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