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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댁의 생각상자

(추억 상자) 탁구채를 찾아서 Mijin Kim (seoulajumma) 2020-9-7  18:37:05

4학년 때 새로 부임하신 이종상 교장선생님은 뚱뚱한 몸매에 반짝반짝 빛나는

대머리 선생님이셨다. 거기에 항상 회색 정장 아니면 회색 줄무늬 정장 또는 추운 날은

회색 코르덴 정장을 주로 입으셨다.


이런 외모와 달리 화사한 색을 좋아하시고 꽃을 유달리 좋아하셨던 교장선생님은

부임을 하시자마자 점점 줄어드는 학생들 때문에 비어있는 교실은 체육관으로

만들고, 체육관 앞 공터에는 꽃밭을 만들었다.


학교 본 건물은 학교 정문에서 봤을 때 가운데에서 오른쪽은 교무실과 교장실이

있었고, 교장실 옆에는 과학실이 있었다. 이 세 교실 위에는 이층이 있었는데

5학년 교실과 6학년 교실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그리고 교무실 옆으로 나란히 2,3,4학년 교실이 있었고, 이 교실들 위에는 그냥

옥상이었다.


본 건물 왼쪽으로는 언덕 위에 수위 아저씨와 교장선생님의 사택이 있었고

본 건물 오른쪽으로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운동장 쪽으로는 남자 화장실

이었고 산을 바라보는 쪽으로는 여자화장실이 있었다.


이 화장실을 끼고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바로 이 공터를 꽃밭으로 만든 것

이었다. 꽃밭 옆으로는 나무로 된 교실과 붙어있는 벽돌 교실이 있었는데

나무로 된 교실은 체육실이었고 벽돌로 된 교실은 1학년 교실과 유치원 교실이

있었다.


유치원 교실이 있는 벽돌 건물 옆으로는 유치원 아이들의 작은 놀이터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그네가 네 개나 있었다. 그네 옆으로는 매달리기를 하는 봉이

큰 것과 작은 것들이 있었고 매달리기봉 옆에는 정문이 있었다. 


정문 옆에는 철봉과 미끄럼틀 옆에는 이종상 교장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새로들인 정글짐이

있었고 정글짐을 돌아 구름사다리와 지금은 이름이 가물가물하지만 엎어놓은

디귿자 모양에 여러 개의 봉이 달려서 그것들을 하나둘씩 잡고 건너가는 것인데

이름을 까먹었다... 이 몹쓸 놈의 머리...


이 이름을 까먹은 엎어놓은 디귿자를 옆으로 수돗가가 있었고 수돗가 옆이

사택이니 학교를 한 바퀴 뺑 돌은 것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운동장 양옆으로는 비록 그물은 없었지만, 축구 골대도 하나씩 있었다.

본 건물 앞에는 구령대가 있었고 구령대 아래에는 운동기구를 넣어놓는 공간이

있었다. 본 건물 뒤에도 수돗가가 하나 더 있었고 커다란 창고 건물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두 회색 건물이었는데, 대머리 교장선생님

이 부임하신 이후 정글짐을 시작으로 모든 놀이기구가 빨강 파랑 노랑 색색들이 옷들을

입기 시작하더니 본 건물까지도 예쁜 색을 입었다.


그러고 나서 시작한 꽃 심기 프로젝트는 거의 일 년에 걸려 완성되었다.

놀이기구 뒤로는 화단을 만들어 반달 모양의 시멘트 구조물로 뺑 둘러 화단임을

표시했고 화단에는 철쭉꽃과 목련나무 진달래꽃과 사루비아, 맨드라미, 금잔화

등등 이 심겼고 그 뒤로는 루드베키아라고 하는 작은 해바라기 모양의 꽃도 심어졌다.

정글짐 뒤로는 해바라기를 심어 가을이 되면 해바라기씨를 따먹기도 했다.


봉숭아도 심어져 있어 늦여름에 물을 들이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백반이라는 것을

넣고 해서 제법 빨갛게 물들었는데, 소금을 넣고 한 내 손톱은 언제나 연주황색이었다.

또 교장선생님은 은행나무를 학교 담장 옆에 심어놓아서 가을이 되면 샛노란 은행잎을

주워 모으기도 했다.


유난히 타이어를 좋아하셔서 구령대 옆에 타이어를 나란히 땅에 반만 묻어놓고

색을 칠하니 아이들은 타이어를 돌다리 삼아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러던 어는 날...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학교에 탁구부를 만들었으니, 탁구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방과 후 학교에 남으라고 했다.


운동에 젬병인 내가 탁구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랫집 진희가 날 보고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이다. 달리기 최고인 진희가 탁구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왜 어영부영 탁구부에 가입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진희와 나는 방과 후 학교에 남았었고, 탁구는 올해 교장선생님이랑 같이

부임하신 하태임 선생님이 지도하신다고 했다.

모두 모여보니 열댓 명 남짓 한데 거의 남자아이들이었고 여자는 진희와 나뿐이었다.

그중에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용익이 오빠가 보였다.


그 오빠는 6학년이었는데 울 동네 개울 건너 첫 집인 깡통집에 살고 있는 생과부 집

막내아들이었다. 얼마나 악독한지 우리들은 용익이 오빠를 "용악"이 오빠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싫어하는 오빠로도 모자라서 탁구부 주장이란다.

아이고~~ 나는 망했다. 차라리 배드민턴 부나 할걸....

옆에 모인 배드민턴부에는 용악이 오빠가 없으니 얼마나 재밌을까?

첫날이라 탁구는 하지 않고 공지사항만 알려주었는데, 나는 시종 머리를 땅에

부딪힐 정도로 내리고는 딴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중에 집에 가면서 진희가 탁구 라켓을 사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아... 사 가야 하는구나.." 이러고 말았다.

방학이 되고 탁구부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탁구 라켓을 사야 하는데 동네에서는 팔지 않아 버스를 타고 의정부까지 나가서

사 와야 했다. 여태까지 의정부에 혼자 나가본 적이 없는 나는 어디서 그런

배짱이 생겼는지 엄마에게, 내가 혼자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여름이라 한창 바쁜 엄마는 잘 되었다며 라켓 값 천 원과 버스비 왕복 2백 원

그리고 오다가다 뭐 사 먹으라고 백원을 더 주셔서 천삼백 원을 주셨다.

처음으로 가는 의정부 시내라 마음이 들떠있었다.


엄마는 청학리에 가서 1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 시장 앞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문방구에 가서 라켓을 사고 길을 건너서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1번 버스를 타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신나게 청학리로 달려갔다.


하얀색 민소매 블라우스에 양옆 어깨에는 주황색 프릴 레이스가

달려있었고 앞가슴에는 주황색 줄무늬가 있는 주머니가 두 개나

있었다. 짧은 청 반바지에 하나밖에 없는 월드컵 운동화를 신고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 당시 안내 양언니는 벌써 없어진지 오래고 운전사 아저씨가

버스비 백원을 받고 30원을 거슬러 주었다.


자리에 앉아서 벌써부터 혼자서 버스를 타고 "의정부 시"에까지

나온다는 것이 마냥 신기해 바깥을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버스가 신곡동 정도 왔을까? 그때부터 나는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떴을 때는 시장을 벌써 지난 건지 아니면 아직도 안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안내방송도 없었던 때라 조금씩 불안해 왔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버스가 마지막에 휙~돌아

섰다. 그리고 운전사 아저씨는 1번 버스의 표를 2번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빤한 눈으로 나보고 내리라고 했다.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놀라 버스에서 내렸다.

얼떨결에 내린 나는 어리둥절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영...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내가 타고 왔던 버스는 붕~ 하며 흙먼지를 일으키고 가버렸고

나는 뒤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서 시장에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냐고

물어보니 2번 버스를 타고 시장 앞에서 내리란다.


아이고... 아까 그 버스를 그냥 타고 갈걸~~ 이러고 후회하고 있는데

그때 빨간색 줄무늬의 버스가 내 앞에 섰다.

가게 아주머니가 저 버스도 시장에 가니 그걸 타고 가다가 시장에서

내려도 된다고 했다.


나는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기사 아저씨에게 100원을 주니 이번에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나는 앉아서 다시 시장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버스는 시장 쪽으로

가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좀 돌아서 간다고 했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시장이 오기를 기다리다

흔들흔들거리는 버스에 가만히 앉아있었더니

또 잠이 들었나 보다. 다시 정신을 차리니 어딘지 몰랐다.


옆을 보니 모르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또 시장에 가야 하는데 어디서 내려야

하냐고 하니 벌써 지난지 한참이란다. 그러면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건너편에 가서 다른 버스를 타라고 한다.


나는 하는 수없이 내려서 길을 건너갔다.

한적한 시골 같아 보였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

앞을 보니 작은 가게가 보였고 가게 앞에 수돗가도 보여서

수돗물을 마시고 버스를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왔고 앞표지에는 "시장 앞"이라고

크게 쓰여있었다. 나는 그 버스에 올라탔고 기사 아저씨에게

"시장 가지요?"라고 물어보며 확인을 했다. 아저씨는 간다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시장 앞에서 내려달라고 하며 아저씨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버스는 시골길을 한참 돌아서 나를 한적한 시장통에서 내려주었다.


버스에 내려서 둘러보아도 아무래도 시장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니 시장 앞이 맞는다고 하는 것이다.

문방구를 찾아서 물어물어 가보니 문방구에서 탁구 라켓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탁구 라켓이, 동그랗게 핸들과 라켓이 붙어있는 것은 천 원이고

핸들과 라켓이 본드로 붙어있어 좀 무거운 것은 3백 원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하니 3백 원짜리 탁구 라켓을 샀다.

그리고 배가 고파 꽃다발 빵도 하나 샀다.

문방구 앞에서 빵을 먹고 나서 버스가 왔는데 기사 아저씨들에게

청학리 가냐고 물어봐도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안 간다고 했다.


그러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문방구로 다시 돌아가서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다.

여기가 의정부 시장이냐고... 아줌마는 아니라고 했다. 여기는 고양시장이라며

의정부랑은 거리가 있는데 너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그러면서

화들짝 놀라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어찌할지 몰라 잠시 가만히 있었다.


나는 너무 실망을 하고 어떻게 청학리까지 가야 하나...

이런 걱정을 하다가 주머니를 보니 동전이 조금 남아있었다.


우선 뭐라도 먹어야겠어서 문방구에 가서 돼지바를 하나 샀다.

그리고 문방구 앞 의자에 앉아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예쁜 언니들 두 명이 지나가면서 날 보고 "너는 여기서 뭐 하고 있니?"

이러는 것이었다. 나는 " 길을 잃어버려서요... 어떻게 집에 가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 그러면서도 여전히 돼지바만 먹고 있는 나를

보며 언니들이 " 너~ 이거 다 먹고 나서 경찰서로 가봐. 경찰 아저씨가

너희 집을 찾아줄 거야... 곧 저녁도 다 되어가는데 여기서 헤매지 말고...

알았지? 언니가 데려다줄까?" 너무도 친절한 언니들 때문에

걱정하는 맘도 싹 사라지고 나를 어서 경찰서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언니들은 나를 경찰서로 데려다주면서, 어디서 왔냐, 어떻게 왔냐,

뭣하러 왔냐 등등을 물어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경찰서 앞에 왔다. 언니들은 나를 경찰 아저씨에게 데려다주면서

아까 나와 나눈 이야기들을 해주고 경찰서를 나갔다.


고맙단 인사도 까먹고 멀뚱멀뚱 언니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경찰 아저씨가 나를 앉혀놓고 봉봉을 하나 까주면서 마시라고 했다.

평소에 마셔보지 못한 알알이 터지는 봉봉을 홀짝홀짝 마시며

아저씨의 물음에 답을 했다.


주소를 물어보자, 평소 주소를 외우게 하셨던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술술 이야기를 했다. "경기도 남양주군 별내면 청학 1리 산 73-3번지입니다"

경찰 아저씨는 전화번호를 물었다. 당시 전화가 없었던 때라 동네에

유일하게 230만 원을 들여서 전화선을 끌어왔다는 아랫집 진희네

전화번호를 주었다. "3국에 5269입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진희네에

전화를 했다. 시간은 벌써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5시면 벌써 소젖 짤 준비로 한창 바쁘실 텐데 오실 수 있으려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떨어진 고개와는 상관없이 뱃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아까 먹은 꽃다발 빵과 돼지바로는 배가 찰리가 없었다.

경찰 아저씨가 이런 나를 보고 " 뭐 먹을래? 배고프지?" 이러신다.

뚱뚱한 아저씨가 흡사 울 학교 교장선생님을 닮은 것 같았다.


나는 고픈 배는 모른척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엄마가 곧 오실 거니 걱정을 하지 말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칼국수를 한 그릇 주었다. 어디서 끓인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배가 고팠던 나는 허겁지겁 칼국수 한 그릇을 다 먹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엄마가 왔다.


엄마에게 경찰 아저씨는 아이가 참 똘똘하다며 주소나 전화번호를

못 외웠다면 아마 찾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하며 엄마와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엄마가 인사를 하셨다.


나도 경찰서를 나오면서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엄마에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냐고 물어봤더니, 소젖을 짜다 말고

택시 타고 오셨단다. 평소 택시라면 기겁을 하던 엄마가 택시를

타고 오셨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경찰서에 수고비로 2만 원이나 주고 왔다며 집에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하셨다.


집에 오니 언니들은 벌써 저녁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애들도 많은데 뭐 하러 찾아왔냐고 하시니 엄마가 맞장구를

치셨다. 그러면서 "아이코 우리 비싼 딸~ 비싼 탁구채로 탁구 열심히

쳐라." 아버지는" 혹시 누가 아냐? 유명한 탁구선수가 될지~"

그해 86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탁구는 금메달을 땄었다.


그리고 유일한 여자 선수로 기억되는 현정화 선수는 마치 지금의

국민요정 연아 선수 못지않게 인기폭발이었다.


내가 그때 계속 탁구를 했었다면 혹시 국민요정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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