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이어서 미국의 정치판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아무튼 재밌는 일이 생겼습니다. 콜로라도 주 대법원이 트럼프의 피선거권을 수정헌법 14조 3항의 규정을 들어 박탈한 것입니다. 내란에 가담한 공직자는 다시 공직에 나설 수 없다는 조항인데, 아무튼 이것 때문에 미국은 다시 절반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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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이미 겪어본 사람들이 왜 트럼프를 좋아할까요? 그건 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위대한 지도자 루즈벨트의 시대를 겪었던 미국이지만, 미국의 기득권들에게 그 이름은 별로 안 좋은 이름이었을 겁니다. 미국의 기득권층은 이후 의회에 각종 로비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이것을 통해 자기들에게 불리한 법안들을 철회해 나갑니다. 말이 로비지, 정치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수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 겁니다. 물론 이걸 좋게 말하면 정치자금 헌납이겠지만, 미국의 정치는 가진 자들을 위한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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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점으로 들어선 것이 레이거노믹스의 출범이었죠. 아무튼 정치는 매스미디어가 보여주는 일종의 쇼가 되기 시작했고, 정치 자체가 쇼비즈니스의 일부로 편입된 듯한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순수하게 욕망이 부딪히는 정치의 자리에서 공공선을 일구고자 했던 미국 국부들의 건국 이념 따위는 완전히 개나 줘 버리는 무엇이 됐지요. 금융정책의 향방보다는 성추문 스캔들 하나를 더 파는데 광분했던 미국의 언론들에게도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미국의 정치는 이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쇼들은 미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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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혐오를 깨고 등장한 것이 버니 샌더스였습니다. 미국에서 매우 드문 무소속 상원이었던 그가 민주당에서 경선을 통해 대통령이 되고자 입당했을 때, 정치가 다시 살아났었습니다. 그의 등장 직전에 있었던 Occupy Wall Street, 이른바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을 통해 정치에 눈을 뜬 젊은이들은 지금까지의 정치문법과 전혀 다른 새로운 지도자 버니 샌더스에게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 조직이 없던 버니 샌더스는 일반 지지자들의 엄청난 서포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 기득권인 '수퍼팩'에 밀려 경선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를 지지했던 젊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고전적 조직에 대해 더욱 강한 혐오감을 이때 드러냈고, 정치 경험이 일천했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그들의 지지를 몰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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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새로운 정치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혐오를 무기로 정치를 하는 이 쇼맨쉽 충만한 새로운 대통령의 출현과 함께 사회 전체가 극단적인 우경화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트럼프의 기행과 몰상식에 질린 미국은 바이든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희대의 포퓰리스트이며 TV의 인기 쇼 호스트 경력도 갖고 있었던 트럼프는 그의 지지자들을 선동, 의회로 몰려가 실력 행사를 하도록 만듭니다. 심지어는 '부정선거'라는 주장까지 하면서. 조지 부시 주니어에게 제도의 헛점으로 인해 석패하고도 연방을 지키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섰던 앨 고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지점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했고, 결국 트럼프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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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를 무슨 쇼의 연장 쯤으로 생각하는 미국민들의 지지 아래 그가 돌아왔습니다. 다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에게 우중은 열광했고, 그의 지지율은 내내 바이든의 지지율을 제쳐 왔습니다. 여기엔 미국 시민들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교육하지 않고, 시민들을 정치에서 배제하려 했던 미국의 이른바 '엘리트 정치인'들의 정책이 작용했었습니다. 시민을 우중화시키고 정치를 자기들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스크린, 스포츠, 섹스로 집약되는 3S 정책을 펴면서 시민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가, 이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시스템에서 트럼프의 쓴 맛을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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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콜로라도의 결정은 분명히 다른 주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판결이 여러 주에서 계속될 경우 트럼프는 이번 대선엔 발을 들여놓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분열돼 있는 미국 내의 분란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글쎄요, 트럼프는 대선 후보가 되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그는 공화당 주류들에겐 이미 눈 밖에 난 사람이고, 많은 미국 시민들, 그를 한때 지지했던 사람들도 결국 돌아서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트럼프는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을 뒤집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겠지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미국 정치는 꽤 박진감있어지긴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선 정말 답이 궁색하다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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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렇게 해서 바이든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아 보입니다. 애석하게도 미국의 정치란 게 참 이렇게 잘아들어 버렸습니다. 미국의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 스스로가 먹고 사는 길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고, 미국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놓은 것에 대한 거대한 징벌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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