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배고파.

고기가 몸에 안좋아 안먹으려 노력하는데 오늘은 정말 미치겠다.

냄새가 이렇게 좋은지 몰랐네.

우리는 푸념섞인 말들을 두서없이 뱉어낼 때 그들은 정말 맛나 보이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친구 중에 하나가 사온 죽과 퍼런 사과 1개, 과자 봉투 하나를 열어서 급한 공격은 막았다. 여러 명이 나눠서 거의 위에 살짝 적실 정도의 음식이지만 땀을 한 말 정도 뺀 후라 그 맛은 비교가 안되는 아이들 말처럼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맛이었다.

거실 바닥에 누워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과 수학 여행 이야기, 터널을 지나면서 선생님이 짐칸에 올라갔던 이야기등..대화의 꽃을 피우다

배가 고파 이리저리 돌아눕다 한국 여행의 시차를 못 견뎌 내가 제일 먼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자다가 깨 보니 멀겋게 하늘을 등진 달이 통유리창에 비쳐있다. 고국의 여름 더위를 힘들어하는 듯 달마저도 생기를 잃은 듯해 보였다. 이렇게 짧은 내 고향의 시간에 다들 잠든 고요한 시간에 창가에 앉아서 달을 보니 마음이 영 슬프다.  난 왜 미국에서 살고 있는지 ...우울한 생각들이 짓누르는 동안 희미한 산등성이에 곧 해가 뜨려는지 묽게 어둠을 안개가 휘돌아 감고 자옥한 자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에서나 볼 수 있던 산 안개가 짙어지면서 여름의 싱싱한 나뭇잎들이 서서히 선명해질 때 친구 하나가 깼다.

언제 일어났어? 

경치가 죽인다. 일어나 저기를 보니 산다는게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잠시 드네.

그래. 멀쩡하던 남편 하늘나라로 보내고 시간이 죽어갈 때 나도 저 산안개를 보았어. 

이 친구는 7명 중에서도 더 많이 가까웠던 친구인데 몇년 전 오랫만에 한국 방문하여 만났더니 그 사이에 남편이 자다가 한마디 인사도 없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교사하다가 남편과 함께 학원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에 힘들어 지쳐있을 때 그렇게 홀연히 이기적인 남편은 두 아들과 친구를 놔두고 떠나갔단다. 3개월이 지나 시 아버지가 아들을 보낸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다가 아들을 따라가고 시어머니가 1년 후에 한많은 시간을 정리하였다고 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안고 함께 울었던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아들과 혼자 남아서 삶을 추스리고 있을 때 산등성이 산안개를 보니 정신이 번뜩 들더라는..그래서 아이들 먼저 챙기고, 유학보내고, 장가보내고,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손주 이야기를 하는 내 친구가 되었단다.

새벽을 맞으면서 물처럼 흘러간 우리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목이 메였지만 우린 웃었다. 그게 친구이기에 말이다.

다른 친구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서 다시 배고픔을 토로할 때 팬션을 벗어나 산책을 제안하고 우린 흐트러진 머리를 손빗으로 만지며 아무도 가지 않는 산길을 나란히 걸었다. 익을대로 익은 여자들이 새벽 산책을 하는 것이 좀 그런지 청소를 하느라 산등성이를 오르락 거리는 분들이 인사를 한다. 정말 오랫만에 화장도 안하고 세수도 안하고 잠옷도 아닌 속옷같은 차림으로 우린 밝게 웃으면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산은 알수 없는 푸근함을 주고 마음을 넓혀준다. 

우리 정말 더 열심히 살자!! 친구들아.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