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00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줄거리 내용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리다가 그 이후는 밤을 새워라도 마치게 되는 기쁨도 종종 느낀다.

지난 여름 한국 방문하면서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우연히 보게된 서점 - 공항 대기실 부근에 서점이 있어서 놀랐다. 

짐을 다 부친 후라 몸이 가벼운 상태에 시간이 좀 있는지라 책을 보다가 결국은 읽을 시간이 부족하여 몇권 산 책 중에 하나다. 

일이 바쁠 땐 책을 읽을 경황이 없고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습성때문에 어깨가 빠지게 들고온 책들을 아직도 읽고 있다. 

어려서 부터 책 욕심이 많아서 당장 읽지 않아도 어딘가에 묻어두는 습관때문에 남편의 잔소리를 늘 듣는다. 

이사할 때마다 소장 품목과 그렇지 않은 책들을 골라내어 버리고 남에게 주면서 책을 줄여왔다. 

유명인이 되면 나중에 "생가"를 찾아오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 아이들이 모두 나갔는데도 큰집을 지킨다는 어느 교수님의 우스개 소리처럼 나의 집이 크고 좋다면 모든 책들을 소장하겠건만 나의 삶은 그렇지가 못했다.

미국에 이사오면서 내가 가진 전부(?)를 남들과 나눴다. 

미국에 와서 책에 대한 욕심은 다른 것은 사지 못해도 책은 사서 보는 습관을 버리고 빌려서 보자로 바꾸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결국 10년후에 이사를 할 때는 또 남 좋은 일을 시키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생일 선물로 책을 선물하고 받곤 했다. 

이상 문학 작품집은 해마다 나오는지라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사든, 선물을 받든 했던 기억이다. 

남들이 들으면 책벌레인 줄 알겠지만 건성건성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는 한량일 뿐이다.

빨치산의 가족으로, 자녀로 산 이야기를 줄거리로 한 이 책은 오래 전에 읽은 태백산맥을 기억하게 했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우리의 역사가 아닌 그너머의 역사를 책을 통해 배웠던 희열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줄거리는 대충 기억을 하는데 정확한 내용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ㅎㅎ

책 속의 말들처럼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정확한가, 나에게 사랑을 쏟았던 부모지만 그 부모를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하나씩 알게되는 것들, 

50이 넘어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교만하게 살았는지 배우게 된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다. 

맞다. 

우리가 알면 얼마나 알고 가진 것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그저 죽으면 한줌의 흙인 약하디 약한 피조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