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시간 이상을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발가락에 문제가 생겨서 절뚝거렸지만 즐거움은 머리끝을 넘었다.

일단 먹거리가 즐거우니 조금은 피곤했지만 해소되는 느낌을 이해할까.

꼰대소리를 듣는 나이가 된 나에게 보인 몇가지 눈에 보인 것들은, 지하철이고 거리에서도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은 머리에 롤을 말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닌다는 것, 아무데서나 화장품을 꺼내서 화장을 하는 모습들이 많이 거슬렸다. 

한번은 지하철 안에서 중년의 여자가 셀폰으로 드라마를 보는데 이어폰을 끼지 않고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볼륨을 올리고 듣다가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서 코를 소리나게 풀더니 지하철 문이 열리니 획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참 목까지 넘어오는 교사 특유의 "한마디"를 참았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어른"이 죽은 사회가 되었고 예의를 가르치는 어른은 "칼" 맞는단다.

조금은 슬프기도 하고 이런 어른들이 가르친 학생들은 교실에서 어떤 상태인지 가히 짐작이 된다. 

"교사"라는 직업이 결혼시 상대 배우자로 최고였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젠 남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 중에 하나가 된 듯하다.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맞고 욕을 들으면서 "참"를 가르치려고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거리는 기쁨을 선사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속초에 갈 일이 있었다. 횟집에서 회를 먹으면서 살아있는 회의 맛에 감탄을 했다.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회의 맛을 느끼는 즐거움과 바닷가를 거니는 한가로움은 미국에서 느끼지 못한 "해방"이었다.

아직은 눈이 남아있는 울산바위를 바라보면서 그 장대함에 숙연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조금은 아기자기한 그러나 감동은 2배가 되는 고향의 멋이었다.

인제를 넘어가는 길에 자연 박물관(?)에는 성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있어서 웃음을 자아냈고 옛날 정취를 느끼기 위해 지방도로로 진입했다가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막혀서 결국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일도 있었다.

며칠 후엔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서 봉오리를 보였던 벚꽃이 그 자태를 뽐내었지만 아마도 강원도 어딘가엔 지난 겨울의 흔적을 남긴 눈이 아직은 남아있으리라. 

거리마다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은 역시 봄마저도 볼거리로 풍성하였다. 

만약 여행자가 아니고 함께 사는 사람이었다면 행복한 생각보다는 불편함이 더 많았겠지만 그래도 고향의 봄은 아름다웠다.

서울을 떠나 대성리로 이사한 친구 집을 방문하여 80년대를 엠티로 누렸던 지역을 다시 가 보니 그때의 흔적이라곤 유유히 흐르는 강같은 시내와 아직도 살아서 지저귀는 새들 뿐. 모든 것이 다른 나라처럼 어색하지만 그래도 도심을 떠나서인지 바람의 색이 달랐다.

아침 공기를 숨쉬며 나도 고향으로 돌아올 기회가 되면 조금은 한가한 곳으로 가리라 생각했다. 나의 태어난 곳인 홍대입구를 떠나서.

대파로 난리, 어느 집 앞에 대파를 가져다 놓은 것을 보고 비싸다고 난리인 대파를 왜 저기다 놓았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한동안 대파 사건은 한국인의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디올 백에 대파를 넣고 투표하러 간다고 하니 우리가 정치와 참 많이 가까워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