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이 다섯 살이 되었어요.루크와 헬렌은 기숙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죠.
그 애들은 열 세살과, 열한 살이에요.
벤을 피하고 싶은 거겠죠.
루크는 할아버지 제임스에게,
헬렌은 할머니 몰리에게 이미 편지를 보냈어요.
기숙학교 등록금을 대달라고 말이죠.
(와우, 이집 애들, 참...맹랑)
-할머니, 할아버지도 우리를 위해 이게 더 낫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도올 수 없잖아요.
우린 벤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대화를 나누기 전, '사건'이 있었죠.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아래층에 내려온 해리엇(엄마)이 부엌에 들어갔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죠.
냉장고 문이 활짝 열려있고 벤이...
생 닭고기를 꺼내 이로 뜯고 있는 거예요.
해리엇이 아이를 꾸짖죠.
-나쁜 벤
그러자 벤의 얼굴에서 생기가 싹 사라져요.
벤은 손에 덜렁거리는 닭고기 살점을 들고 엄마를 쳐다보죠.
-불쌍한 벤 배고파.
벤은 자신을 '불쌍한 벤'이라고 부르른 습관이 생겼어요.
누가 그런 말을 한 걸까요?
혹시 몰려다니는 젊은 형들 사이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그리 생각한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 그들로부터 감추어져 있던 벤의 일면에 대한 창문이 아닐까?]
아이들은 이 장면을 다 보았지만 모르는 척했어요.
벤은 학교에 가야 한다고 하니 가기 싫다고 했어요.
안돼! 안돼!
절규했죠.
존이 불려왔어요. 자기 패거이와 함께 부엌으로 왔죠.
-이봐, 친구. 넌 학교에 가야 해.
-형들도 갈 거야?
벤의 표정에는 존(벤을 돌봐주고 돈 받는 형)을 향한 신뢰가 가득했어요.
그러나 눈은 공포가 가득했죠.
-아니, 옛날에 간 적은 있었지.
그 말에 패거리들이 웃음을 터뜨려요.
그들은 무단 결석을 떡 먹듯 했으니까요.
-그래도 학교에 가긴 했어.
-맞아, 맞아.
-나도 학교에 갔었어.
해리엇도 한 마디 거들었지만 벤은 들은 척도 안 했죠.
마침내 아침마다 해리엇이 학교로 데려다주고
오늘 길은 존이 맡기로 했어요.
그래서 벤은 학교가 끝나고 나서 잘 떄까지 존 패거리와 시간을 보내게 됐죠.
루크와 헬렌은 기숙학교로 갔어요.
집에는 더 어린 애들인 제인과 폴만 남았죠.
그 애들은 벤과 같은 학교지만 고학년 반이라 벤을 볼 일이 없었어요.
헬렌은 똑똑해서 자기를 지킬 줄 알았어요.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친구 집에 갔죠.
폴은 집에 왔어요.
벤이 없었다면 막내인 셈이죠.
그렇게 귀엽던 폴이 너무 야위고 신경질적으로 변했어요.
폴은 벤을 데리로 오는 존의 오토바이 소리를 들으면 좌절감으로 벽에 머리를 찧었어요.
벤이 학교에 간 지 한달이 지났어요.
과연, 벤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 걸까요?
학교에서는 별로 불쾌한 소식이 없었어요.(옴마야, 웬일???)
해리엇은 선생님께 연락했죠.
-걘 좋은 애예요. 너무나 열심히 노력해요.
생각도 못한 일이었죠.
그러나 첫 학기말이 다가올 무렵 사정은 달라졌어요.
교장에게서 오라는 연락이 왔죠.
-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여기까지는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다른 애들과 맞지 않아요. 정확히 어디가 그렇다고 집어내기는 어려워요.
두번째 학기말에 교장이 다시 전화를 해왔어요.
벤이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는...ㅠㅠ
올 것이 왔구나.
벤이 갑자기 광폭해져서는 운동장에서 자기보다 큰 소녀를 공격한 거예요.
소녀는 다리가 까지고 멍이 들었죠.
해리엇을 벤을 먼저 집으로 데려오죠.
그리고 앉아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요.
벤은 식탁에 앉아 다리를 흔들면서 빵과 잼을 먹고 있어요.
-존이 날 데리러 집으로 올 건가요?
해리엇은 그 말은 들은 척 않고 물었어요.
-너 오늘 불쌍한 메리 존스에게 왜 그랬어?
벤은 이빨로 빵덩어리를 찢어 꿀꺽 삼켰어요.
-벤, 너 승합차를 타고 갔던 데를 기억하니?
순간, 벤이 뻣뻣해졌어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엄마를 쳐다보았죠.
손에 든 빵이 떨리고...있었어요.
벤은 떨고 있었어요.
-잘 들어 벤. 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곳으로 돌아가야 해.
그러면서 해리엇은 속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나는 결코 너를 그곳으로 안 보낼 거야, 결코.
벤은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발작적으로 떨었어요.
그러더니 손등으로 입을 누르고 잠시 으르렁대면서 치아를 드러내 보였죠.
그러다 곧 자신을 진정시켰어요.
[해리엇은 그 애가 짐승의 포효를 길게 토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마치 이 외로운 공포, 이 포효를 들은 것 같았다...]
to be continued **********************************
*[ ]은 책에서 직접 인용<==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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