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는 리처드와 상점에 가서 생활용품을 사 오면서 양봉 팜플렛을 얻어 옵니다.양봉이라도 해서 몇 푼이라도 벌어볼 생각을 한 거죠.
리처드는 상점 앞에서 한 남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알고 보니, 리처드가 그 남자에게서 돈을 빌렸고 갚았으나 일부가 남았다고요.
팜플렛은 영국에서의 양봉 방법에 관한 것이라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메리는 머리 주변을 귀찮게 날아다니는 파리떼를 쫓으려 그 팜플렛을 부채로 사용하죠.
(*독서포인트/'양봉'은 메리에게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팜플렛은 그걸 이룰 도구죠.
그런데 '파리'가 메리를 따라붙습니다. 메리가 파리를 쫓으려 팜플렛을 부채로 사용한다는 설정은
도리스 레싱만의 기가 막힌 묘사법입니다)
메리는 농사 일이라면 성실하게 몰두하는 리처드를 농부로서는 존경하지만
남자로서는 무가치한 존재라 여깁니다.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메리는 운전하는 리처드의 손을 봅니다.
리처드의 손은 줄곧 떨리고 있죠.
집으로 돌아와 메리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보니,
리처드가 정신없이 팸플릿을 읽고 있습니다.
다음날, 리처드는 양봉을 상의하려 찰리 슬레이터를 찾아가죠.
그에게서 실망스러운 이야기만 듣고 옵니다.
그런데도 한달 가까이 리처드는 양봉에만 집착합니다. 벌집도 만들고 양봉지로 쓸 곳에
특수 목추를 40아르 심기도 하고요.
매일 저녁이면 여왕벌을 찾아 벌 떼 속을 헤집고 다닙니다.
그래도 좀체 여왕벌은 커녕, 단 한 마리의 벌도 날아들지 않죠.
그래도 리처드는 양봉을 그만두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결국 양봉에 미련을 버리게 되는데요,
이유는......
리처드가 벌에 심하게 쏘였기 때문입니다.
메리는 겨우 안심합니다. 리처드의 몽상이 끝난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악몽은 다시 시작됩니다.
육 개월 뒤, 이번에는 양돈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리처드가 돼지를 사야겠다고 하거든요.
리처드는 농장 근처에 돼지 우리를 짓습니다.
돼지도 여섯마리 사들여 우리에 집어넣었죠.
그런데 돼지가 새끼를 낳아야 돈을 벌텐데, 새끼가 태어나면 모두 죽어나갑니다.
그런 리처드를 보면서 메리는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이 모든 게 지독한 운명의 장난 같기만 합니다.
결국, 돼지를 전부 팔아치우고 이삼 개월이 지났을 떄 리처드는 이번에는
칠면조............사육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삼주 동안 리처드는 또 칠면조에 빠져 지냅니다.
그러다 칠면조가 알을 산더미처럼 낳고 그게 부화하기도 전,
이번에는 토끼...........사육을 하고싶다고 합니다.
메리는 드디어 화가 치밀어 올라 소파에 울크린 채 하염없이 흐느껴 웁니다.
리처드는 메리에게 미안한 지 얼마간은 주춤한 듯 보였지만 곧 '상점'을 내야겠다며
집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상점을 엽니다.
메리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거기 투자한 돈이라면 집에 천장을 설치하고도 남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장만 있다면 다가오는 무더위가 이토록 겁나지 않으련만..
리처드는 그런 메리의 속도 모르고 자전거 스무 대를 사와서 상점을 채웁니다.
그리고는 메리에게 상점을 관리해 달라고 합니다.
-계산대 뒤에 서 있는 게 그리 언짢은가? 당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란 거야?
-냄새나는 깜둥이들한테 물건을 파는 것이 그럼 역겹지 않다는 말인가요?
메리가 상점에서 일하기 싫은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습니다.
[리처드에게는 설명할 수가 없었지만, 어린 시절에 상점의 선반에 놓인 술병들을
겁에 질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오늘 밤은 아버지가 또 그중에서 어떤 술병을 비우고
술주정을 할까, 밤중에 입을 벌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인사불성이 된 아버지의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던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힘만으로는 꾸려 나가기가 힘들었던 관계로
항상 상점에 외상으로 물건을 사러 갔던 자신의 모습이 상점 특유의 냄새를 맡을 떄마다 기억 속에 떠올랐던 것이다](민음사/166-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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