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은 리처드가 병에 걸린 걸 알고는 합숙소에 눌러 앉아 있습니다.일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
합숙소는 집에서 8백미터 떨어진 언덕 위에 있어요.
마치 하늘에서 커다란 검은 손이 내려와 나뭇가지와 풀 한 줌을 집어 들어
오두막이라는 형태로 신비스럽게 땅에 떨어뜨려 놓은 것 같았다.
(191p/민음사)
원주민 아이들 주변에는 파리 떼가 활개치고 있습니다.
여인네들은 더러운 싸구펴 천으로 적당히 만든 옷을 걸치거나
아예 상의도 입지 않은 사람도 있지요.
남자들은 잠들거나 잡담을 하고 있고요.
메리가 나타나 우두머리를 데려오라고 합니다.
그 중 괜찮아 보이는 오두막에서 한 원주민이 걸어나왔죠.
-주인님은 괜찮으신가요?
그러나 메리는 그 질문을 싹 무시합니다.
-십 분 이내로 안 모이면 임금을 깔 테니 그리 알아!
그러자 원주민들은 메리를 흉내내며 키득거립니다.
-지저분한 야만인들!
메리는 악에 받쳐 중얼거리죠.
-십 분 줄 테니 헤쳐모여!
메리는 경작지로 가서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립니다.
삼십 분쯤 지나자 원주민 우두머리를 비롯해 일꾼 두어명이 왔죠.
어라?
반도 안 왔네요?
그러자 메리는 오지 않은 일꾼의 이름을 대라고 합니다.
그날 메리는 경작지에서 일꾼들을 관리감독합니다.
집에 돌아온 메리는 어쩐 일인지 힘이 납니다.
누군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은 우쭐해지는 일이니까요.
다음날도 메리가 경작지로 가서 감독합니다.
따가운 햇별 아래서 비지땀을 흘리는 동안, 메리는 리처드의 심정을 조금 이해하게 됩니다.
누군가 작업을 멈추거나 땀을 닦으며 메리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소리칩니다.
메리는 리처드가 일꾼들에게 한 시간마다 오분 정도 휴식 시간을 주는 걸 몰랐습니다.
다만, 허락도 안 받고 일꾼들이 등을 펴고 땀을 닦는 게 자신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 같았죠.
그날도 메리는 저녁이 되어 흡족해하며 집에 옵니다.
전혀 피로하지도 않습니다.
신이 나서 채찍도 휘둘러 댑니다.
메리는 '그 일'이 마음에 듭니다.
팔십 명이 넘은 흑인 일꾼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느낌-.
새로운 자신감이 뿜뿜대는 것 같아서죠.
드디어 임금 지급날!
메리는 첫날 심각하게 지각한 일꾼들에게 5실링을 정확히 뺀 돈을 지불합니다.
일꾼들은 우두머리에게 원주민 어로 불만을 토로하죠.
그러나 메리는 첫날 모두 지각했으므로 사실은 전부 5실링을 깎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라고 여깁니다.
그래도 불만이 있어 보이자 메리는 마음에 안들면 일을 그만두라고 소리칩니다.
그 중 몇은 메리에게 승복했고 몇은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그저 돈만 밝히고...리처드 문병 한 번 오는 인간이 없어.
메리는 그리 생각하죠.
메리는 일꾼들 앞에서 영어로 일장 연설을 합니다.
노동의 신성함에 관해서요.
-백인이 일하는 것은 노동 자체가 신성하기 때문이야.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할 떄 인간의 가치가 나타는 법이거든.
이건 어린 시절, 아버지가 흑인 하인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원주민들은 메리의 말이 귀에 똥파리만큼도 여기지 않습니다.
메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일꾼들은 푸념을 늘어놓으며 하나둘 떠납니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요.
메리는 리처드와 대화를 나눕니다.
-걔네들 얘기로는 우리한테서 냄새가 난다던데.
-말도 안 돼요!
-그런데 일꾼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그리 했소?
-별 이야기 아니에요.
-일꾼들을 부드럽게 다뤄야 해요. 화를 자초할 수 있으니까.
(이 대화는 이 소설의 아주 중요한 복선입니다)
메리는 리처드가 잠들자 영농 서적을 읽습니다.
농장 일을 좀 알고 나서 메리는 재정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부부가 왜 이리도 가난한지 말이죠.
리처드에 대한 경멸적이었던 태도가 이제 분노로 바뀝니다.
알고보니 농장이 이 지경인 것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남편의 무능함!
리처드는 시작만 했지 끝낸 일이 하나도 없었던 거죠.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