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는 리처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일주일 정도 더 쉬게 해 주려 합니다.그런데 마지막 날, 메리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죠.
외양간들이 모여 있는 언덕 아래에 수확한 옥수수를 쌓아두는 곳이 있습니다.
일꿈들은 여기에 옥수수 가마니를 쏟아붓죠.
그런데 대열에서 빠져나와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일꾼 하나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 소설의 빛나는 조언, '모세'의 등장씬입니다)
몇 분 지켜보던 메리는 드디어 일을 시작하라고 명령합니다.
일꾼은 그 말을 들은 척도 않고 물통 쪽으로 걸어갑니다.
-일을 시작하라고 내가 말했을 텐데!
-물을 마시고 싶소.
-사투리 따위로 내게 말하지 마!
-물을...원합니다요...
일꾼이 영어로 이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목을 가리킵니다.
다른 일꾼들이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죠.
-영어로 말하지 마!
일꾼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봅니다.
자신의 언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그녀의 언어도 쓰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어떤 말을 쓰라는 건지.... (민음사, 207p)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메리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됴.
채찍을 집어들고 그의 면전에 사정없이 휘두릅니다.
일꾼의 검은 얼굴에서 선명한 피가 떨어져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는 다른 일꾼들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컸죠.
허리 감새 하나만 걸쳤는데도 그 탄탄한 체격이 압도적입니다.
메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 다시 일을 시작하라고 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도중에 겁이 나긴 했지만 그 덩치 큰 흑인 일꾼과의 심리전에서 이겼다는 생각에
메리는 우쭐해집니다.
(어쩌나요, 미성숙한 메리...ㅠㅠ)
메리는 꽤 큰 규모의 양계도 하는데요,
몇 시간 만에 양계 일을 끝내고 할 일 없어 무료하게 지냅니다.
리처드는 다른 여자들은 하루종일 매달리는 일을 그리 간단하게 처리하는 메리를 보면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초라해지고 메리가 놀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남자는 여자가 능력 있으면 겁을 낸다니까요..ㅠㅠ)
리처드는 그녀목소리가 너무 위압적이어서 선뜻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입을 열 수가 없었고,
그녀의 지적이 옳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분이 상했다. (212p)
-이제 어찌해야 될 것 같소?
-빨리 담배를 재배해서 빚을 감고 농장을 떠요.
-그럼 돈을 그리 많이 번 다음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메리는 말문이 막힙니다. 그밖의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지금의 가난이 몹시 싫었습니다.
메리는 예전처럼 도시로 가서 과거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기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리처드는 그런 생활을 원치 않았죠.
나무 한 그룻, 풀 한 포기까지 다 아는 농장을 떠나
그 어느 곳에서 살 수 있단 말인가? (217p)
삼일 후, 리처드는 원주민 일꾼들에게 담배 건조 창고를 두 채 지으라고 지시를 내립니다.
메리는 새로운 희망에 눈이 반짝이지만,
리처드는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