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보다 강한 남자가 필요했고, 

리처드를 바로 그런 남자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220p)

리처드가 회복해 메리는 다시 집 안에 틀어박힙니다.

하루종일 닭을 돌보고 하인들과 싸움을 벌이죠.

그러나 메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기적이 일어나 부자가 될 날을 말이죠. 

메리는 하루를 빨리 보내기 위해 날마나 몇 시간씩 낮잠을 잡니다.

잠에서 깰 때마다 희망찬 미래에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만족하죠.

(이런 희한한 셈법이라니...)

메리는 담배 재배를 시작할 신호가 될 빗방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비가 내리고 12월로 접어들면서 담배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메리는 푸른 담배 잎들이 지폐로 바뀌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러다 그만, 가뭄이 찾아오죠.

애가 타는 가운데 어느날, 비구름이 몰려듭니다.

그런데 메리와 리처드가 간절한 마음으로 베란다에서 지켜보는 동안 

비구름은 그만 다른 곳으로 흘러가 버리고...

다시 비가 오긴 했지만 이미 말라붙은 땅은 해갈되지 않습니다.

담배도, 옥수수 농사도 망쳐 버립니다.

부부는 저녁에 마주 앉아 회의에 들어갑니다.

리처드는 파산을 면하려 대부금을 신청해 놓았다며 내년에는 담배 농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메리는 일 년만 더 해 보자고 합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도대체 무엇에 기대를 걸어 보겠다는 말인가? (227p)

무기력해진 메리는 모든 걸 미루어 놓습니다. 

리처드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농장 일에 매달립니다.

하루는 메리의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긴 걸 보고 리처드가 요양차

도시로 가서 친구라도 만나고 오라 합니다.

그러나 메리는 자신의 행복했던 처녀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메리는 닭을 돌보고 상점에 나가는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합니다.

열정이나 희망은 일도 없이...

그러다 문득, 메리는 자포자기한 듯한 말투로 아이를 가져도 괜찮냐고 묻습니다.

리처드는 그 말이 몹시 반가웠지만 형편이 받쳐 주지 않지요. 

-우리가 어떻게 아이를 가져?

-가난해도 아이가 있는 집은 많아요.

-우린 더 가난해.

-하지만 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메리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위로가 되었듯, 자그마한 여자아이를 하나 갖고 싶습니다.

아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요!

할 수 없이 메리는 소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리처드가 제안하는 대로 농장으로

같이 다닙니다. 그러는 사이, 메리는 리처드에게 조금씩 모성애를 느낍니다. 

리처드는 그저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그처럼 선하기만 한 사람이 실패를 거듭해야만 된다는 것을 

메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내년에는 한 가지 작물만 심어요. 옥수수 같은 거요.

-그러다 흉년이 들면 어쩌려고...

-그래도 거기서 거기겠죠.

리처드는 급기야 화를 냅니다. 

리처드는 요즘 들어 자주 화를 냅니다.

특히, 흑인 원주민들한테 말이지요.

그런 한편, 메리가 보기엔 리처드도 원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 시시껄렁한 농담, 한쪽 콧구멍을 막고 그냥 코를 푸는 모습...

메리는 갈수록 무기력해기만 합니다. 졸음만 옵니다.

그러다 하인이 그만두겠다고 해서 한동안 하인 없이 지냅니다. 

식사는 통조림으로 해결하고 마루 청소는 하지 않습니다. 

메리는 원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안 좋아 하인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리처드는 형편없는 음식을 더 이상 참고 먹을 수가 없어서 농장 일꾼 하나를 데려와

하인으로 쓰겠다고 합니다. 

리처드가 보낸 흑인 원주민이 집으로 왔을 때,

메리는 그가 이년 전, 자신에게 채찍을 맞았던 그 일꾼임을 기억해 냅니다.

(짜잔! 드디어 마님과 모세의 만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