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는 2년 전 자신이 채찍질을 한 원주민 모세가 하인으로 들어오자 내심 불안합니다.
리처드에게 다른 일꾼은 없냐고 물어보지만 제일 쓸만한 일꾼인데 왜 그러냐는 핀잔만
듣습니다.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요?
메리는 모세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지난 날 기억 때문에 말투마저 달라지죠.
메리는 모세가 일하는 걸 그냥 가만히 앉아 지켜보곤 합니다.
그러다 메리는 탄탄하고 강건해 보이는 그의 체격에 넋이 빠지기도 하죠.
전 하인들이 입던 옷을 주었는데 너무 작아 맞지 않습니다.
모세가 빗질을 할 때면 근육질 몸이 불거져 옷이 찢어질 것만 같죠.
모세는 일을 아주 잘합니다.
어느새 메리는 지난 기억을 점차 잃고 다른 하인들처럼 그를 대합니다.
모세는 결코 대꾸하는 법이 없었죠.
메리에게 차를 갖다 주고 오전 10시 무렵이면 모세는 물 한통을 들고
큰 나무 밑으로 가서 간이 샤워를 합니다.
메리는 그걸 알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 애를 쓰죠.
그러다 어느 날, 닭장을 살피려 그쪽으로 발길한 메리는 뭔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비누칠하는 모세...
모세가 하얀 비누 거품을 목에 묻히고 있었죠.
비누 거품은 모세의 검은 피부색 때문에 더한층 희게 보입니다.
백인은 흑인을 보아도 상관없는 일이건만 모세는 기분 나쁘다는 티를
온몸으로 풍깁니다. (이건 메리 생각입니다)
그녀는 몇 개월만에 처음으로 무감각한 상태에서 완전히 깨어나서,
그녀가 걷고 있는 땅을 보고 그녀의 목 뒤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과
그녀의 발바닥에 와 닿는 뜨거운 자갈의 촉감을 느끼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248p, 민음사
그날, 메리와 모세의 사이는 흑백의 관계, 주종의 공식적인 유형이
개인적인 관계에 의해 꺠지게 됩니다.
그걸 인지한 메리는 채찍이라도 휘두르고 싶어 이런 명령을 내립니다.
-바닥을 닦아.
-오늘 아침에 닦았는데요.
-닦으라고 했어. 당장 닦아!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노려봅니다.
그러다 모세가 먼저 시선을 떨어뜨렸고, 메리는 등 돌려 주방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세게 닫습니다.
잠시 후, 바닥 닦는 소리가 들리고 메리는 소파에 주저 앉지요.
메리는 걷잡을 수 없게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치를 떨었죠.
잠시 후, 진정한 메리는 주방으로 가서 모세가 한 일을 검사합니다.
그리고는 식탁을 차리라고 하죠.
모세가 하는 모든 행동에 메리는 비위가 긁히는 느낌입니다.
(여기까지, 메리가 실은 모세에게 성적으로 마음을 뺏기고 있는 대목입니다.
메리의 심경 변화를 메리 자신이 분노로 착각하거나,
혹은 스스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저항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중요한 장면)
-잔이 이게 뭐야.
모세가 차린 식탁에서 잔을 하나 집어들더니 메리가 말합니다.
모세가 다가가 살펴보니
잔에는 행주에서 묻은 듯한 흰 비누 거품이 미세하나마 남아 있었다.
(250p) 민음사
(*대단한 장면이죠! 좀 전에 모세가 나무 밑에서 샤워하면서 목에 비누칠했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모세의 목에 묻었던 그 눈부시게 하얀 비누 거품이
메리가 식사를 위해 앉은 식탁위 잔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런 대목에서 독자는 작가가 펼쳐보이는 소설 속 '이미지의 향연'을 즐길 수 있지요~.
자, 다음은 본격적으로 메리와 모세의 보이지 않는 '꽁냥꽁냥'을 음미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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