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잠자코 잔을 씻고 깨끗이 헹굽니다.

메리는 잔을 받아들고 방으로 갑니다.

그녀는 잔을 벽에 내던져 버리고 싶습니다. 

문득, 방안을 둘러보니 모든 게 정돈되어 있었지요.

모세에게 시킬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부의 침대는 흠 잡을 수 없게 깨끗해서 광고지에 등장하는 고급 침대 처럼 보입니다.

침대를 보다 말고 메리는 속이 뒤틀립니다.

밤마다 축 늘어진 리처드의 몸이 생각압니다.

리처드와 몸을 맞대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몸서리치게 싫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돌리던 메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헝클어진 머리, 허옇게 뜬 얼굴, 일그러진 입술, 충혈된 눈,

퉁퉁 불어터진 얼굴...

도무지 자신인 것 같지 않아 메리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오열하죠.

(*주변에 떠밀려 결혼해 버린 메리에게 '현타'가 오는 순간입니다)

자신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여겨져 메리는 엉엉 울면서도

모세가 혹시 들을까봐 소리를 죽입니다.

시계를 보니, 리처드가 돌아올 시간입니다.

세수를 하고 머리 손질도 하고 눈가의 가는 잔주름을 감추려고 분을 발랐다.

(*바로 앞 문장에 리처드가 돌아올 시간입니다...는 'trick'입니다.

작가는 '리처드'를 언급해서 독자의 시선을 돌리지만

사실, 메리가 단장하는 이유는 리처드가 아니라 모세 때문!

이런 테크닉을 소설의 '시선돌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능숙한 '시선돌리기'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리처드는 농장에서 돌아와 메리의 퉁퉁 부은 눈과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짐작하죠.

메리가 우는 것은 언제나 하인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대단하지 않나요? 뭐가 대단하냐고요? ㅎㅎ

'하인과의 불화 때문'이란 문장이죠.

메리는 늘 하인과 '불화'했죠. 이번에도 하인과의 '불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내막은요? 

불화의 내막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죠.

이전에는 말 그대로 불화였다면, 지금은 '불화'를 가장한, '섬타기'이니까요.)

('소설'을 읽는 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인물은 모릅니다. 그러나 작가와 독자는 알죠.

작가는 아는데, 독자는 모른다면?

그 소설이 지닌 미학을 온전히 향유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명작소설 읽어주는 소설카페'에서

소설의 미학을 '최대한' 향유할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이번 하인은 갈아 치울 수 없소. 제일 쓸 만한 놈이야!

누가 뭐라 그랬냐고요...

리처드는 지레짐작으로 짜증을 냅니다. 

메리는 침묵을 지킵니다.

손이 떨리고 있죠.

웬일이래? 이런 저런 이유를 대지 않고?

-내 말 알겠어?

-네.

리처드는 다시 경작지로 나가고 메리는 탁자를 치우러 올 모세를  피해 침실로 달려갑니다.

그러고는 견디기 힘든 시간을 이겨보려 잠 속에 빠집니다.

(*소설 속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독자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메리가 이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꿀지...ㅎㅎ)

*이미지는 'Grass is Sining'의 영화의 장면을 클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