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의 시선으로)
메리는 엎어 놓은 양초 상자 위에 앉아 벽에 걸린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분홍색 페티코트 차림이었죠.
그 옆으로 모세가 서 있고요.
메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벌립니다.
모세가 메리에게....
드레스를 입혀줍니다.
메리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듯한 표정입니다.
모세가 메리가 입은 드레스의 단추를 채웁니다.
마치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과도 같이...
-고마워, 모세.
모세가 밖으로 나오다가 토니를 마주칩니다.
모세는 토니를 험악하게 바라보죠.
토니는 잠시 멍하게 앉았다가 머리를 한번 세차게 흔듭니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백인 여성이 흑인과 마치 성적인 접촉이라도 한 것처럼 혐오감이 듭니다.
메리가 방을 나오다가 토니를 봅니다.
-노예를 거의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러시아 황후가 있었죠. 그녀는 심지어 노예들 앞에서
전라의 몸이 되기도 했어요.
-노예 앞에서요?
-아까 그 하인은 항상 부인의 옷을 입혀주고 벗겨주나요?
메리는 순간, 고개를 쳐듭니다.
-그는 너무 할일이 없어요.
그러고 나서 메리는 또 말합니다.
-저더러 나사가 하나 빠진 여자라고 그랬어요.
-누가요?
이 여자는 실성한 것일까?
토니는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메리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문득, 문 쪽을 보니 모세가 험악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서 있네요.
-꺼져.
토니가 말합니다.
-꺼져.
메리도 토니의 어깨 너머로 모세에게 소리칩니다.
이에, 모세가 묻습니다.
-부인은 제가 가기를 원하나요?
-그래, 꺼져 버려!
-부인은 이 젊은 주인님 때문에 제가 가기를 원하나요?
-그래. 어서 나가!
메리에 이어 토니도 소리칩니다.
-그만 꺼지란 말이야!
토니는 눈앞의 원주민의 숨통을 끊어 놓고 싶은 심정이됩니다.
모세가 집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메리는 토니의 팔에 머리를 묻고 흐느낍니다.
-갔어, 가 버렸어!
안심하는 듯도 하고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이 그를 보냈어! 당신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러고 메리는 심하게 오열합니다.
토니는 메리를 안은 채 그냥 서 있습니다.
그 뒤로 모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리처드는 메리에게 모세가 어디 있느냐고 묻지요.
메리는 공허하게, 자신이 보내 버렸다고 대답합니다.
모세는 과연, 돌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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