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는 자다가 압박감을 느껴 깨어납니다.옆에서 리처드가 잠들어 있습니다.
원주민 합숙소 쪽에서 수탉 한 마리가 홰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곧 해가 뜰 시각입니다.
아련히 상상 속에 빠지는 메리.
집 안 여기저기를 마음에 드는 대로 장식하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다 문득 허무함을 느끼는데 리처드가 깹니다.
-여길 떠나게 돼 섭섭하오?
-아니에요. 더 자요.
메리는 리처드가 야속합니다.
조금 전까지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바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불쌍한 리처드
메리는 자신의 선택 사항 중에 들어가지 못하는 리처드가 문득 가엾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그녀는 섬뜩한 두려움도 느낍니다.
어쩐지 공포의 전주곡 같은...
공포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메리는 창문 가로 다가갑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파랗게 변해 버릴 것 같고 포인세티아가 온통 진한 주홍빛을 띠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이곳 농장을 떠납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죠.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하늘에서 선홍빛 햇살이 내리쐬입니다.
메리는 자신을 위한 햇빛 같아 눈물이 핑 돕니다.
순간, 그녀의 이런 기분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선가 매미 한 마리가 찢어지는 소리로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위를 불러모으는 것 같은 그 소리는 빛나는 태양의 윤곽을 흐릿하게 만들면서
세상을 뿌옇게 흐려놓습니다.
리처드가 침대에서 일어나 바지를 입으며 채비를 합니다.
-옷을 입어, 메리.
메리는 옷의 단추를 채우려다 문득 문 쪽으로 걸어갑니다.
모든 일을 알아서 해 줄 모세를 부르기 위해서입니다.
커튼을 옆으로 밀자, 식탁에 앉아 식사하고 있는 리처드와 토니가 보입니다.
아, 모세는 가 버렸지...
리처드와 토니는 경작지로 나가고 메리는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집 밖 어디에선가, 나무들 사이에서 '그'가 기다리고 있어.
메리는 두려움에 질려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문을 모조리 걸어 잠급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하나 이해할 수 있는 게 없어.
사악한 그 무엇이 항상 내 곁에 붙어 다닌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는 모르겠어.
이곳 농장으로 오기 훨씬 전부터...
자신이 사악한 그 무엇에 대해 한 일이라고는 오로지 끌려 다닌 것 뿐.
메리는 드디어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메리가 정신을 차려 보니 온 창문과 문을 다 잠근 탓에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메리는 집에서 빠져 나와 나무를 향해서 달려갑니다.
가시가 있는 관목에 드레스가 걸립니다.
메리는 그토록 오랫동안 덤불숲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살왔지만
숲에 들어가 본 적도, 흔히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본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메리는 겁에 질려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내면서 숲을 가로질러 개간지까지 돌아옵니다.
원주민 하나가 집 밖에 서 있습니다.
모세가 아니었습니다.
원주민은 손에 쪽지를 들고 있습니다.
차와 샌드위치를 보내달라는 리처드의 전갈입니다.
메리는 짜증이 났지만 차를 끓여 위스키 병에 담아 원주민에게 들려 보냅니다.
앗차, 샌드위치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맙니다.
그러다 토니 생각을 합니다.
숲 어디에선가 '그'가 노려보며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토니가 자신의 구원자가 되어 줄 것만 같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메리는 깜빡 잠이 듭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집 앞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농장에서, 이 집에서의 마지막 날을 잠으로 보낸 것입니다.
메리는 자신이 잠든 동안 '그'가 앞방에서 창문으로 자신을 훔쳐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방문이 열린 게 그 증거 같습니다.
온몸이 떨려옵니다.
하지만 토니가 자신을 구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리는 뒷문으로 집을 나가 토니의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메리는 토니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그의 침대에 가 앉습니다.
오두막의 둥근 벽 앞에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습니다.
멋있고 깜찍한 신발.
메리는 그런 신발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요.
메리는 신발 한짝을 들어 가죽을 만지며 탄성을 지릅니다.
방 한 쪽에는 커다른 가방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책이 한가득입니다.
로즈와 그의 영향, 로즈와 아프리카의 정신, 로즈와 그의 행적.
이런 제목들의 책입니다.
잠시 책을 들여다보던 메리는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러다 생각합니다.
-이런, 아직 상점에 갔다 오지 않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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