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길은 없고 잡초가 밟혔죠.상점은 마치 그녀의 죽음 기다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상점 안으로 들어가니 곰팡내와 더불어 향긋한 냄새가 풍겨옵니다.
상점 안을 둘러보던 메리는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습니다.
'그'가 있었던 것이다. 모세, 그 원주민이 마치 손님을 받고 있는 사람처럼 계산대 뒤에 서서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느긋하면서도 위협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342p)
메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 길을 따라 뛰어갑니다.
메리는 영국 청년의 오두막으로 찾아 들어갑니다.
영국 청년(토니)은 달려들어와 혼비백산한 메리를 놀라서 바라보죠.
메리는 그런 영국 청년을 보면서 문득 오래 전 생각이 납니다.
리처드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던 순간-.
그때, 메리는 어려움에 처해 어찌할 바를 몰라 농장을 경영한다는 청년(리처드)에게 마음이 끌렸죠.
결혼하면 구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구원이란 없고
메리는 그냥 농장에서 죽을 때까지 이러고 살 거란 사실을 깨닫습니다.
공허함이 밀려왔죠.
하나도 새로운 것은 없었다...혼자서 그녀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녀가 배웠어야 할 교훈이었다. 오래전에 그 교훈을 꺠달았다면, 그녀는 지금 이곳에 서 있지도 않고,
자신의 책임을 대신해 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힘없이 의존함으로써 다시 한 번
배반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343P/민음사)
토니는 메리에게 의사를 만나러 가라고 합니다.
마음이 아픈 것 같다고 말이죠.
-그가 거기 있어요
-정말인가요?
토니는 아픈 메리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관심 있는 척 합니다.
토니의 오두막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메리는 어둠이 찾아 들기를 기다립니다.
한참을 기다리던 메리는
잠시 후, 희미한 불빛 아래, 리처드가 식탁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죠.
리처드는 내일이면 농장을 떠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메리는 미친 듯이 웃어댑니다.
좋아,이제는 그녀 혼자였다. (345p, 민음사)
리처드는 메리의 상황과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메리는 손으로 문을 더듬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뒤에서 리처드가 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비가 올 거야.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메리가 중얼거리죠.
리처드는 메리의 말에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그만 자라니까, 메리
-그가 밖에 있어요.
-누가? 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메리.
그러고 리처드는 메리에게 의사를 찾아가자고 말합니다.
메리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오랫동안 자신은 그곳이 아팠다고 말하죠.
리처드는 잠들고 메리는 누군가 문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 같은 두려움에 잠들지 못합니다.
메리는 베란다고 나갔죠.
짙은 어둠이 메리를 압박해 옵니다.
오로지 어둠만이 메리의 집을 둘러싸고 있었죠.
비가 퍼붓고 천둥소리가 요란합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어둠을 지켜보는 메리.
드디어 남자의 형체가 어둠 속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개들이 그를 발견하고 꼬리를 흔들죠.
검은 어둠 속 검은 형체는 모세.
그를 본 순간, 메리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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