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서문 중에서-
오늘부터 위화의 명작소설 '인생'을 읽어드립니다.
포스팅 스타일을 조금 바꿔 줄거리와 코멘트를 섞어서 읽어드릴게요.
그게 좀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십년 전에 나는 한가하게 놀고먹기 좋은 직업을 얻었다.
그것을 바로 촌에 가서 민요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이 소설의 첫문장입니다.
소설의 첫문장은 단순한 배경만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소설의 주제 같은 중요한 요소가 응축된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는 소설을 더 읽어봐야 감이 잡히기 때문에 더 읽어보지요~.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소설의 초반, '그해' 여름 내내 매미 소리 가득한 시골 마을 들녘에서 빈둥거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밭일 하는 남자들과 음탕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아가씨들이 키득거리는 소리를 즐깁니다.
나는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음담패설을 지껄이고 구슬픈 노래를 부릅니다.
그덕에 마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목격합니다.
열 예닐곱살 된 아가씨를 사귈 뻔도 했는데 세 오빠가 나타나는 바람에 도망치고 맙니다.
내가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난 건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나는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열 살 어렸던 시절입니다.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근처 밭에서 한 노인이 소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네요.
너는 어째서 소 주제에 밭을 안 갈겠다는 거야?
소가 하는 수 없다는 듯 움직입니다.
그런데 노인은 한 마리 소를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얼시, 유칭, 자전, 펑샤, 쿠건...
나는 다가가 왜 그렇게 이름이 많으냐고 묻지요.
노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 줄 알까봐 이름을 여러 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을 테니 밭도 신나게 갈지 않겠소?
그로부터 노인의 '왕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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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여년 전, 아버지는 항상 이 근처를 왔다 갔다 하셨다네.
대문을 나설 때면 늘 어머니께 "우리 땅에 좀 가 보리다."라고 하셨지.
아버지가 나타나면 소작인들은 '나리 마님'이라며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네.
성안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를 '선생'이라고 불렀어.
아버지는 지체가 높았지만 대변을 볼 때는 가난한 사람처럼
들에서 누기를 좋아하셨어.
내 딸 펑샤는 서너살 때 마을 어귀로 달려가 할아버지가 똥 누는 모습을 구경했는데
아버지가 나이 들어 다리가 후들렸던 모양이야.
펑샤가 이렇게 물었대.
"할아버지, 왜 움직이세요?"
그러면 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하셨다지.
"바람이 불어서."
우리 집은 돈 꽤나 있는 집안이었는데 내가 우리 집안을 망쳤어.
난 구제불능이었어. 기생집을 들락거리고 도박을 했지.
아버지는 늘 나를 꾸짖었지만 나는 귀담아 듣지 않았어.
나는 도박으로 돈을 벌어 아버지가 없앤 백 묘의 땅을 되찾기로 했어.
그런데 그걸 이해못한 아버지는 신발로 나를 때리기 시작했지.
나는 기생의 등에 업혀 다니는 걸 좋아했어.
미곡상을 하는 장인어른 가게를 지나면 기생을 인사 시키곤 했지.
장인은 나를 두려워했어.
일본이 항복하고 경기가 좋았을 때였어. 칭러우에서 밤새 도박을 하고 무거운 몸으로
뚱뚱한 기생에게 나를 집에 업고 가달라고 했지.
그녀는 투덜대며 시키는대로 했어.
국군이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오던 차라 사람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어.
그런데 기생 등에 업힌 내가 나타난 거야.
"달려, 달려."
그때 칭러우에는 선 선생이 있었어. 그 이는 타고난 도박사였지.
일본이 항복하던 그해, 룽얼도 왔어.
선 선생과 룽얼이 도박판을 벌이고 사람들이 구경을 했어.
처음엔 룽얼이 계속 잃었어.
그러다 마지막에 스페이드 에이가 들어왔지.
그런데 선 선생의 마지막 패도 스페이드 에이였다네.
룽얼이 먼저 스페이드 에이를 내밀자 선 선생이 패를 거두며 말했지.
"내가 졌소."
사실은 둘 다 소매 속에서 패를 바꿔치기 한 거였다네.
그런데 카드 한 번에 스페이드 에이가 두 개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룽얼이 먼저 그걸 내밀었으니 선 선생은 패배를 인정한 거야.
선 선생의 첫 패배였어.
그 이후로 선 선생을 봤다는 사람은 없어.
그 이후로 룽얼이 도박장의 사부가 되었지.
내가 마지막으로 판을 벌이던 날, 남산 만한 배를 안고 내 아내 자전이 찾아왔어.
마침 나는 주사위 도박에서 룽얼을 이기고 있을 떄였어.
자전이 내 옷을 잡아 당겨 보니 무릎을 끓고 있더군.
자전이 집으로 가자고 말했어.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자전의 뺨을 때렸지.
그래도 자전이 말을 듣지 않자 나는 방금 딴 돈을 집어 옆에 있던 두 남자에게 주고 자전을 끌어내라고 했어.
자전은 큰길 가로 끌려나가 혼자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지.
나중에 내가 그때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더군요.
젊은 시절, 자전은 성 안 야간 학교를 다녔어. 길에서 처음 본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어.
그때 내 여자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네.
그 길로 집에 와 나는 어머니께 중매인을 찾아 달라고 말했지. 미곡상 천 사장의 딸과 혼인하겠다고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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