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프리카의 한 마을.
의문의 살인사건리처드 터너의 아내인 메리 터너가 어제 아침
그들의 농장 주택 앞 베란다에서 피살된 채 발견되었다.
신문에 이런 내용의 독자 투고가 실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이 끔찍한 사건을 입에 올리려 하지 않습니다.
터너 부부는 원래 평판이 좋지 못했습니다.
부부는 외부인과 잘 교제하지 않았고 고립된 생활을 했는데, 그게 주민들의 미움을 샀죠.
주민들은 성냥갑만 한 집에서 사는 터너 부부가 흑인들 앞에서 백인들의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하죠.
이곳은 백인과 흑인의 빈부차는 심하지 않아도 종족, 인종 간 구분만큼은 엄격합니다.
주민들은 죽은 메리가 정숙치 못해 죽은 듯, 남은 리처드 터너를 동정하는 눈치입니다.
시신을 발견한 농장 일꾼들은 8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 찰리에게 알립니다.
찰리는 런던에서 온 이주민 백인으로 아프리카에 온 지 이십년이 지나도록 영국인 특유의 기질이 남아 있는
인물입니다. 찰리는 20킬로미터 떨어진 파출소의 데넘 경사에게 흑인 원주민을 통해 편지를 전해 신고합니다.
찰리와 경찰관들이 터너 부부으 집을 둘러보고 있는데 흙더미 뒤에서 누군가 걸어나옵니다.
터너 부부의 농장 일꾼인 흑인, 모세입니다.
-내가 범인이오.
경찰들은 모세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가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찰리는 넋이 나간 리처드를 자동차 뒷좌석에 태우고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집 안에는 토니가 있었죠. 토니는 터너 부부의 집에서 2백미터 정도 떨어진 오두막에서 사는 농장 보조 관리자입니다.
-자네, 이번 사건에 대해 뭘 알고 있나?
찰리의 물음에 토니가 대답합니다.
-모릅니다. 아무것도 몰라요. 너무 어렵습니다...
-너무 어렵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는 이 나라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그 깜둥이놈이 왜 터너 부인을 죽였는지 짚이는 건 없나?
-글쎼요...짚이는 데라면, 있습니다.
토니는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토니는 데넘 경사와 찰리의 질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그는 터너 부부와 원주민 모세에게 제삼자로서 느끼는 측은함이 너무나도 강했던 나머지
어디서부터 서두를 꺼내야 될지 결정하기가 힘들었죠.
그런데 경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생각은 필요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이 사건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곳 토박이라 할 수 있는 찰리와 데넘 경사는
농담같은 소리를 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팽팽했던 긴장은 풀렸고 위험은 지나가 버린 것 같았죠.
토니는 두 사람에게서 '왕따'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찰리와 데넘 경사는 토니를 노려봅니다.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한 눈치였죠.
이곳을 잘 알지 못하는 풋내기에게 보내는 말조심하라는 경고...
토니는 이번 일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시체를 치우는 게 좋겠어. 그냥 두기엔 너무 덥구먼.
-그렇게 하지.
토니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가엾게 살해된 메리 터너의 이름을 그들이 입에 올린 건 그게 처음이란 것을 말이지요.
메리의 시신은 경찰차에 태워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죠.
아무리 죽었다 할지라도 백인 여자 곁에 흑인 남자, 모세를 앉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에는 아직도 흑백의 피부색 차이가 선명하게 각인돼 있었던 거죠.
그 후, 열린 모세의 재판에서 '뭔가 알고 있는 듯한' 토니는 법정에서
모세가 귀금속을 훔치려고 하다가 메리 터너를 살해했다고 진술합니다.
*다음 2장은 과거로 돌아가 메리의 삶을 추적해 봅니다.
2장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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