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릭)
Michael Hoppe - Lincoln's Lament
[나의 외가 말죽거리]
나, 수지의 외가는 양재동(역삼동?)인 말죽거리이다.
외동딸인 엄마 위로 5 오빠가 있었으니 내겐 외삼촌이 다섯분이었던 것.
여름방학이면 배를 무서워하는 어린 나를 혼자 한강 나룻배에 태워 둘째 삼촌 댁으로 보내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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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핑크색 간따꾸(드레스)를 사서 입혀 보내 주셨는데 서울서 온 아이라고 인기가 있었다.
그 동네에서 젤 부자라는 집의 막내아들인 동화는 얼마나 나를 못살게 굴었는지 울기도 많이 울었었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슬픔도 잠시뿐 방학 숙제는 제쳐 놓고 그저 산으로 들로 놀기에 바빴다.
낮이면 도라지 껍질을 까는 사촌들 속에 끼어 한몫을 하고 고무물 놀이며 술래잡기, 공기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밤이면 대청 마루에 쳐 놓은 커다란 모기장에 사촌들과 여럿이 누워 별을 세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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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밭에 가시는 숙모를 따라가 초록색 개구리 참외를 옷에 문질러 그냥 베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 해도 인분으로 비료를 주었던 때라 기생충 감염이 심했었고 나는 그곳에서 곱똥을 누기도 했었다.
겁이나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었는데 아마 이질에 걸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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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데리러 오시기전 밀린 숙제를 벼락치기로 끝내고 일기는 쓰는둥 마는등.
그래도 아주 잘했던 숙제가 하나 있었다.
식물 채집이랑 곤충 채집, 이때부터인가 보다 자연을 좋아했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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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그을린 나를 데리고 가시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한마디도 안물어 보셨다.
착하기만 하셨지 경제력이 없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꾸려 가셨던 엄마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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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을 방문했을때
그 어릴때의 말죽거리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빼곡히 세워진 아파트들!
말죽거리에 땅과 논을 많이 소유했던 우리 외가쪽 삼촌들은 그때 아마도 떼부자가 되셨다는 얘길 들었다.
딸 하나였던 엄마는 서울로 시집온뒤 유산을 조금이라도 물려 받으셨을까? 어린 나는 알 수 없었다.
이제 까마득한 어린시절의 추억은 가난마져도 그리움이 되었다.
*
이제 나, 수지는 우리 자손들에게 어떤 외할머니로 기억될까?
비록 내가 아이들에게 나눠줄 재물은 없지만 대신 신앙과 가족의 화목함을 물려줬다.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도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폐를 주지않고 건강하게 살다 깨끗하게 가고 싶다.
*밑에 사진은 너무 귀여운 제 손녀 '줄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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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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