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4월 30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물론 비행기 타는 것, 처음이었다.

졸업 후, 

1년 동안 일한 대학병원에서 받았던 쥐꼬리 만한 월급,

미국 이민수속 경비하고 비행기 티켓을 사고 난 후

얼마 남지 않은 현찰이며 손목시계까지도 모두 

여동생에게 물려준 후, 

주머니에 1원 한장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그 날, 그 때의 기분,

지금도 기억이 난다.

희안할 만큼, 두려움 같은 건 없었던 거 같다.

그저, 

세계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determination.

출국을 앞두고 6개월여 동안, 매주 토요일이면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 있던 미국청년과 만나 '영어 데이트'를 했다.

몰몬교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그 청년과 만나

토요일 하루를 함께 보내며 영어회화를 익혔다.

별 불편없이 그 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 공포심도 별로 없었던거 같다.

비행기의 옆 좌석엔

홍콩 비지네스맨이 앉았었다.

로스엔젤레스까지 가는 동안, 많은 얘기들을 나눴던 것으로 기억난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

구름 위를 날을 때, 그 신기했던 기분.

중간 기착지, 로스앤젤레스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가졌던 모든 느낌들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때 이미 예수를 믿었기에

맘 속엔, 그분을 향한 기도가 있었다.

어떻게 인도해주실지..기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드디어 Newark, New Jersey 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었다.

큰언니, 큰형부, 엄마가 나오셨다.

늦둥이를 본 큰언니네를 도우려 엄마는 벌써 2년 전에 미국엘 오셨다.

70년에 지사장으로 미국에 파견된 큰형부를 따라

벌써 6년 넘게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큰언니..

고달픈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형부는 뉴악 시내에서 옷가게,

언니는 몇 집 건너에서 가발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패션계의 무역회사에서 잘 나가던 멋쟁이 형부의 삶도,

뷰티 컨테스트에서 진을 했을만큼 

미모로나 자존심으로나 콧대가 한없이 높았던 큰언니의 삶도,

한국에서 누렸던 부유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99% 의 손님이 흑인이라 할 수 있는 가발가게에서

언니는 벌써 두차례나 권총강도를 당했다고 했다.

다행,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