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게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그쪽을 바라보면 우리 딸과 눈이 마주친다. 또 정신없이 생활을 하다가 무심결에 다시 그곳을 바라보면 우리 딸의 눈동자는 또 나에게 향하곤 한다. 

문득, 아… 우리 딸이 5년 동안 나를 바라보고 있던 순간들이 내가 우리 딸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았겠구나… 싶다. 그렇게 순간 눈이 마주치면 미안함마저 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어른만큼 생각하고 느끼고 본능적으로 진실만을 흡수한다. 

고작 2살, 3살, 4살이 됐을 때도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나름의 방법으로 배려까지 한다. 

나의 귀한 딸이 자라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크게 깨달은 점은 자식의 사랑도 부모의 사랑만큼 대단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신분으로 서로 다른 모양과 방식으로 부모를 사랑한다. 

엄마인 나의 사랑이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부모로서 기본적으로 더 많이 보살펴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그건 그저 도리일 뿐 내 사랑이 더 대단하다는 증거와 덕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딸도 나를 많이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나의 어리숙함으로 인해 나름의 많은 고충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밥 먹을 때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같은 류의 잔소리….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만큼의 스트레스일 것 같다. 사랑을 가장한 나의 걱정과 잔소리 때문에 밥맛이 더 떨어진 건 아닐까..?)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너무 어른들의 스트레스에만 집중되어있다.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엄마인 나로 인해서 우리 딸도 나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아이도 내가 엄마라서 힘들고 고단하다. 

내가 부모라고 해서 우리 딸보다 내가 더 나은 것이 없고 무조건 적으로 다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다섯 살 배기 영혼에게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다. 

나는 그저 우리 딸이 나와 같이 사는 소중한 기간 동안 딸이 베푸는 사랑에 감사하며,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으며, 또 사랑을 하며, 지혜롭게 도움 되는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하루하루 함께 더불어 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