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Pinnacles Picnic Area to Stony Man Mountain Summit to Skyland Resort out and Back (Rating: B, 9.9miles)

이 코스가 힘드신 분들은 짧은 코스로~(위 웹싸이트 참조)

2022년, 올해 버지니아는 작년에 비해 단풍이 아름답게 들고 있네요.
지금 쉐난도아의 높은 고도에서는 단풍이 한창이고 센터빌에서 211번을 타고 들어가는 시골 마을의 정경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혹시 쉐난도아에 가실 분들은 오전 9시 이전에 공원 매표소를 통과 하시기를.. 늦게 가시면 매표소에 줄이 어마어마 합니다. 국립공원 패쓰 소지자는 레인져가 왼쪽 옆길로 터주니 미리 준비해 두시면 입장하는데 시간 소요가 확 줄어들 것입니다.
그럼 아름답고 즐거운 가을날 되세요^^

이번 산행기는 수요B팀의 맏언니이자 우리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음식으로 하시는 팔방미인 금숙님의 산행일기 입니다.

🍂🍁🍂단풍이 가장 이쁠 가을의 한복판에서 맞이하게 되는 10월 정기산행은 어떤 모습일까.

또 하나의 선물 상자를 앞에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장님의 공지를 기다린다.

쨔잔~

“이번 산행은 단풍이 절정인 쉐난도아 국립공원으로 갑니다. 그런데 바람이 아주 세게 불 예정이니 레이어를 잘하시고 바람을 막는 데 중점을 두시기 바랍니다.”

아...바람이 많이 부는구나..
난 그때까지도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의미를 잘 몰랐었다.

산행 시작한지 고작 7개월째, 32F도의 온도에서 바람(20-25mph)이 주는 체감온도가 뭔지를 몰랐었다.

쉐난도아 국립공원의 Pinnacles Picnic Area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지천에 떨어진 도토리와 노릇노릇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낙옆이 뒹구는 길이었다.

쉐난도어의 단풍은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진 않지만, 초봄에 피워낸 잎들이 뜨거운 여름을 지내고 이제는 겨울을 준비하며 고상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트레일 초입은 그리 경사가 급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다가 점점 경사가 생기면서 중간중간 탁 트인 뷰를 감상할 수 있었다.

등산객이라고는 우리뿐...

그럼 그렇지!! 이 춥고 바람 부는 날에 누가 여기까지 오겠어.. 하며 숨이 제법 차오를 만큼 걷다 보니, 어디선가 짠~~ 하고 사람들이 나타난다.

써밋에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숏컷으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왠지 그들이 부러워 아니~우리도 여기에 주차하고 올라오지 왜 이리 멀리서 시작했나 싶은 마음이 들었을때, 대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하이커들 입니다. 운동 하셔야죠~ㅎ"

우리의 마음을 꿰뚫는다.

대장님은 걷는 틈틈이 우리에게 겨울 등산의 팁을 주신다.

옷은 레이어를 씨스템을 잘 적용해라, 땀이 나기 전에 벗고 춥기 전에 입어라, 낙엽이 수북히 모여 있는 곳은 웅덩이가 있을 수 있으니 스틱으로 먼저 찔러보고 디뎌라, 걸을 때는 몸하고 발이 같이 안나가면 무릎이 나간다, 땅만 보고 걷지 말고 경치도 감상하면서 걸어라~

그치만 대장님이 저 앞에 단풍 쫌 바라봐요~라고 언급을 하기전엔 내 발 끝만 바라보고 걷기 바빳다.

시작점인 피나클 피크닉 에리어의 바람은 엄청 심해 우리는 가지고 있던 모든 옷을 껴입고 시작했으나 오르막을 오른지 채 몇분도 안되어 우리는 한겹씩 벗어내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을 주욱 오르다보면 땀이나고, 잠깐 뷰를 보는사이엔 땀이 식어 급 추워지기에 우리는 수없이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산은 오를수록 바람은 점점 거세어 졌고 옷은 두꺼웠지만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아뿔싸!!

하루 전날 허겁지겁 옷장을 뒤지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 라며 쉽게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정작 필요한 바람막이를 빼 먹고 온 거다.

그 순간,, 언제나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짠~ 하고 나타나 날 구해주는 그녀, K.
K 의 바람막이가 날 구해준다.
나는 오늘도 실수를 통해 배운다.

산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탁 트인 뷰가 나올 때마다 “여기가 거긴감유(Stony Man Summit)~?” 라고 묻기를 두세번.

대장님이 갑자기 여물을 먹으라 하신다. 참고로 여물이란 단어는 토요B팀의 재치발랄한 그녀들의 "간식"을 지칭한다.

“이제 정상까지 0.3마일 남았습니다!”

앗싸~

가져온 오이와 과일은 너무 추워 꺼내보지도 못하고, K가 가져온 천안의 명물 호두 과자와 따뜻한 생강차로 몸을 충전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쉐난도어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Stony Man Mountain Summit.

해발 4,011피트의 산 정상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 있었다.

세찬 바람은 내 몸을 하늘로 붕~ 띄워 날려보낼 듯한 기세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정상에서 꼭 치러야 하는 의식처럼 우리는 풍경을 담기 바빴다.

칼바람 속에서도 셀카, 합카, 설정샷, 동영상으로 훑기, 서로 찍어주기 등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웬만해선 막을 수 없는 그녀들 ㅎㅎㅎ

정상을 찍고 우리는 점심을 위해 Skyland Resort Dining으로~

점심은 12시부터 오픈이라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2시 10분!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식당은 금세 꽉 차고 입구에는 긴 줄이 생겼다.

대장님이 왜 서둘러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했는지 그때서야 알아차린다.

따뜻한 온기가 도는 식당에 앉아 뜨거운 커피와 맛있는 음식으로 지친 몸을 달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저 멀리 쉐난도어의 능선이 펼쳐진 창밖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건 오로지 나 뿐!! 알고보니 그들은 이미 지난번 학스빌 정상을 찍고 이곳에 들렸었던 것.

식사를 마치고 리조트의 라운지에 들렸는데 산 아래 펼쳐진 뷰를 감상하며 평화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한폭의 그림을 선사했고, 숙소 앞의 정경이 너무 멋져 마치 그 곳에서 잔 사람들처럼 숙소 앞마당을 누비며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밥도 거나하게 먹었겠다 몸이 노곤노곤해질 무렵, 우리는 리조트의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물을 채워 다시 출발점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는 체온 조절을 위해 수없이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했었는데 내려갈 때는 한 번에 슈웅~~~ㅋ

이야기꽃을 피우며 앞서 가는 날다람쥐파는 늘 그렇듯 저만치 멀어져 가고, 나와 M언니는 뒷동네에서 숨을 헐떡이며 묵언수행을 하고 있었다.

M언니는 “대장님이 8마일이라고 해서, 나는 딱 알았어. 아~ 10마일이구나!!"

대장님의 계산법을 일찌감치 알아챈 영리한 그녀. ㅋㅋㅋ

또한 M언니는 “날다람쥐파랑 우리가 다른 게 뭔지 알아? 그녀들은 마음 먹은 걸 몸이 바로바로 해낸다는 거고, 우리는 마음과 몸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거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너무나 멋진 차창밖 풍경에 “언니, 저기 좀 봐. 언니 오른쪽!!”

“뭘 봐. 오른쪽이고 나발이고…ㅋㅋㅋ”

히말라야를 찍고 다시는 그쪽을 쳐다보기도 싫다는 사람처럼 언니는 창밖을 외면했다.

그렇게 귀여운 그녀가 내 옆에 있어 감사하고 편안하고 마음이 놓인다.

힘든 여정을 함께한 전우(!)들과 센터빌로 돌아와 뜨끈한 감자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본다.

산은 왜 오르는걸까?

그것도 오늘 같은 날, 칼바람을 맞으며 돌로 뒤덮인 산을 왜, 왜,, 왜....

산을 좋아하지만 그 이유를 아직 난 잘 모르겠다.

일단은 “기냥~~”이라고 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