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투어

기대에 찬 피라미드 그룹투어를 위해 만남의 장소로 가는 길은 400m 정도, 도심의 복잡한 길을 두번 건너야 하는 난코스지만 걸어가야 했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기싸움이 대단한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도심의 교통난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차선이 없고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한발짝이라도 먼저 내딛는 쪽이 이기는 것이었다. 민첩하기도 해야 하지만 목숨을 걸듯 거침이 없어야 하는 도심에서의 길건너기는 전쟁과도 같았는데 그 전쟁을 아침 출근길에 두번 치뤘다.

그렇게 기자와 멤피스의 피라미드와 박물관을 보기 위해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갔다.

한국에서 이집트로 파견된 엔지니어들과 휴가를 맞아 이집트 여행을 온 사우디에서 근무하는 젊은이가 합류하였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재목들이다.

세계최초의 석조건축물인 사카라(Saqqara)피라미드는 기원전27세기에 지어졌다. 계단식이다.

사카라에서는 현재 발굴 중인 고대무덤들 중에 하나인 카잼니(Kazemni)장군의 무덤을 볼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가이드의 상형문자강의가 얼마나 열강이었던지 몇 가지 상형문자의 발음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두 손을 들어올린 그림은 ㄱ발음, 물결무늬는 ㄴ발음. 그 후부터 상형문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기자의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는 기원전 26세기에 지어졌다. 평균 25톤의 무게의 돌 230만개로 건축되었다. 작은 돌이 2톤, 큰 돌은 무려 50톤에 달한다. 눈앞에 있지만 믿기지 않았다. 여행 전 피라미드의 미스터리에 대해 글을 읽으며 꼬박 밤을 새웠었는데 눈 앞에 떡하니 서있는 미스터리,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실제에 그저 입만 벌어질 뿐이었다.

멤피스박물관은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파라오 중의 한명인 람세스 2세의 83톤 무게의 누워있는 석상, 와상과 야외박물관의 거상의 크기에서 그의 위업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유적지를 오며가며 이집트의 거리와 사람들을 보았다. 압도하는 크기와 무게의 유물들의 의미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어떤 상관이 있는가 찾아내려 애써보았다. 옛적 빛나는 영광은 그저 무거운 돌무더기로 남아 이방인의 눈을 즐겁게 할 뿐 그 찬란한 역사가 후대에 아무런 지침이 되지 않는 걸 안타까와했다.

돌아가는 길, 사막의 모래먼지가 쌓인 헐벗은 거리에 흐드러지게 핀 부겐벨리아의 붉은 색이 시린 가슴울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