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완:아부심벨 필레신전

룩소르: 열기구투어

늦여름의 기운을 느꼈던 카이로에 비해 아스완은 나에게 여름의 절정이라할만 했다.

늦은 밤에 도착한 아스완의 기온은 섭씨 30도였다.

나일강변에 자리잡은 숙소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배들로 선착장이 가득 메어져 있었다. 더운 밤이지만 간혹 불어오는 바람따라 배와 주변의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들쑥날쑥한 빌딩 사이 호텔에서 보이는 복잡한 풍광의 카이로를 벗어났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강가에 서있다는 것으로 괜스레 깊어지는 상념에 불빛처럼 나도 잠시 흔들렸던 것같다.

이집트의 최남단에서 10월 말에 맛보는 여름밤이었다.

새벽 4시, 아스완에서 3시간 반 가량 남쪽으로 간다. 거기에 아부심벨신전이 있다.

아부심벨은 람세스 2세가 그의 통치를 과시하기 위해 세운 수많은 건축물 중의 하나로 아름다운 신전으로 꼽힌다. 대신전과 왕후 네페르타리를 위해 만든 소신전으로 이루어져있다. 기원전 13세기에 지어졌다.

왕국이 쇠락하면서 2400년 동안 모래 속에 묻혀가던 아부심벨신전은 1964년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수몰위기였으나 유네스코 주관으로 암벽을 포함한 신전 전체를 해체 조립하여 고지대로 이전하는 대공사를 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새벽 4시부터 서두른 까닭에 화씨107도(섭씨40도)의 낮시간에는 호텔에 머물렀다. 저녁 무렵 마지막 펠루카를 타고 필레신전을 다녀왔다. 이곳 역시 수몰 위기에 유네스코의 노력으로 현재 위치인 아길키아섬으로 이전되었다. 나일강에 손을 담가보았다. 그 순간 수천년 전의 이집트를 느끼고 싶었나보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갈 때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작은 배에 올라탄 채로 섬을 올려다보면 야자수와 주랑, 탑문이 세워진 섬이 마치 신기루처럼 강에서 솟아오른 것처럼 보인다. 양 편에 돌더미들이 쌓였고 멀리서 보랏빛 산이 반짝인다. 배가 섬에 가까워지자 조각된 탑이 하늘을 향해 점점 더 높이 솟구치는 듯하다. 어디에서도 쇠락이나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견고하고 위엄 넘치며 완벽하다. 그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순간 잊어버리리라. 그 고요한 공기 속 고풍스러운 성가(聖歌)가 울려퍼진다면, 흰 옷을 차려입은 신관들의 행렬이 베일을 드리운 신궤를 등에 진 채로 종려나무와 탑문 사이로 지나간다해도 전혀 놀랍지 않으리라.(펌)

A thousand miles up the Nile, Amelia Edwards 1832~1891아멜리아 에드워즈 영국 소설가, 이집트학자

더위를 핑계삼아 반나절의 일정을 건너뛰고 룩소르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하루를 쉬었다. 일주일간의 강행군이 이어지다 꿀처럼 달콤한 휴식 후 3시간반 기차로 이동하여 도착한 룩소르. 다음 날 새벽에 고대하던 열기구를 타고 일출을 보면서 화려한 도시 룩소르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열기구를 타고 일출을 보는 것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습니다.

나일강의 새벽 운무를 가르며 온 하늘로 퍼지는 빛으로 해가 피어올랐습니다. 하늘을 떠돌며 일출을 기다리는 설레임은 다시금 돌이켜도 가슴이 뜁니다. 반짝이는 눈동자같은, 쌔근거리는 아이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방금 떠오른 해. 일출을 배경으로 커다란, 뜨거운 풍선이 하늘을 나를 때 바람 한가닥 없는 그 곳을 내 마음만 일렁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