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시월에 떠나는 여행 9, 모로코 아즈무어(Azemmour)와 엘 자디다(El Jadida)

마음의 위로가 된 여행지로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아즈무어와 엘 자디다는 처음 예정에는 없었다.

지난 9월 6.8 강도의 모로코 지진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때는 이미 모로코 여행의 모든 일정이 확정된 상태였다. 모로코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마라케시였는데 지진발생 장소에서 70km 거리로 지진의 피해가 있는 곳이었다.

며칠 고심하다 마라케시 일정을 취소하였다. 재난이 있는 곳으로 여행한다는 것이 마음을 편치 않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여유의 시간에 예스러우면서 조용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 대서양 바다와 옴므라비아( Oum Rabia)강의 도시 아즈무어와 엘 자디다였다.

아즈무어에서는 유대인 옛 주거지와 공회당이 있는 푸른색의 마을과 잘 단장된 강가를 비를 맞으며 걸었다.

인적이 없어 적막하던 오래 된 마을을 돌아 빗소리 물소리 함께 섞어 흘러가던 마냥 쓸쓸하던 옴므라비아강을 거슬러 걸었다.

비가 오는 날, 고풍스러운 엘 자디다의 마자간 요새(Mazagan Citadel)와 성벽은 포르투갈 지배 당시의 건축물로 비가 그친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는 마치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어항으로 큰 규모인 엘 자디다항을 구경하고 가까운 곳에서 수프를 곁들여 푸짐하고 맛있는 해산물요리를 점심으로 먹었다.

바닷가에 길게 서있던 포르투갈 성채는 수세기 전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사라진 역사를 거슬러 낯선 이방인들만 한걸음 한걸음 성벽을 오르고 있었다.

바람타고 검은 갈매기 떼 하늘을 나르던 바다에서 마음에 가두었던 무거운 생각들을 다 날려보낸 듯 나는 가벼워진 걸음으로 성벽을 내려왔다.

오는 길 가는 길 왕복 4시간, 켈리포니아에서 온 나를 위해 ‘호텔 켈리포니아’를 들려주었던 가이드, 빗길을 안전하게 운전했던 드라이버, 둘이서 편안한 여행을 위해 최선으로 나를 도와주려던 마음이 정말 고마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