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 엘프나 (Jemaa El-Fna) 광장

쿠투비아 모스크 (Koutoubia Mosque)

붉은 도시 마라케시가 가까와오는 것을 느낀다. 마라케시로 들어가는 하이웨이 양옆에는 온통 붉은 산과 들이 누워있었다.

오래 전 제마 엘프나의 야경을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생동하는 빛들이 얽히며 서로 엮어내는 밤의 장관은 내 마음을 그곳으로 잡아끌었었다. 그 빛 가운데 서 있고 싶었고 살아 있는 광장에서 그들의 가쁜 숨소리를 느껴보고 싶었다.

제마 엘프나(Jemaa El-Fna) 광장, 광장의 배경으로 우뚝 서 있던 쿠투비아(Koutoubia), 올드메디나, 구시가지에 있는 갖가지 공예품을 파는 재래시장 수크(Souk)… 직접 체험하고 싶은 곳이었다.

취소했던 마라케시 여행을 아즈무어투어를 도와주었던 가이드가 나서서 마라케시를 여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쉬어가며 바닷가에서 멍 때리는 하루의 일정을 접고 마라케시, 제마 엘프나를 보러갔다.

알록달록 수공예품 등 이쁜 것들이 그렇게 많았지만 삐끼라 부르는 강매하려는 상인들의 집요함과 싸어 이길 자신이 없어 라면 담아먹을 작은 사발 두개만 기념품으로 데려왔다.

2천9백여명이 사망했고 지진관측기록으로는 200년만의 대규모 지진이 9월에 이곳을 덮쳤다.

밤낮없이 출렁이며 살아있을 것만 같았던 제마 엘프나는 반 이상 상점을 닫았다. 활기찬 평상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살모사와 피리부는 남자, 재주부리는 원숭이, 먹거리 파는 곳 등 광장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평상의 활기찬 광장을 예상 할 수는 있었다.

무너진 성벽, 금이 간 담장, 버팀목을 세워놓은 건물들 곳곳에서 지진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여행하는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와 모로코.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많이 닮은 사람과 땅이었다. 이집트의 에이쉬(Aysh)와 모로코의 홉스(Khobz)는 화덕에 구운 밀가루빵으로 출출한 늦은 밤 계속 손이 가게 맛있었는데 나는 그 둘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인들 사람은 비슷한 삶의 굴레를 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고보니 나와도 그리 다를 것 없는 이들이 먼 이땅에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런 시선으로 이 먼 나라를 보게 되면 먼 이곳은 나와 아주 가깝게 된다.

빨간 부겐벨리아가 여기도 거기도 흐드러지고 있는 것은 내가 다녀간 두 나라에서 눈에 띄이게 똑같은 것이었다.

내 기억 저장고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모로코를 떠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지방 말라가로 떠나면서 그들에게서 많이 들었던 인사말을 그들과 나누고 싶다.

“살라말리콤” 아랍권의 인사말로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