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정보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보안을위해 재로그인해주십시오.

마담딕시의 남부생활

동네 YMCA에서 얻는 평안 Young Gray (madamdixie) 2021-5-12  13:45:28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후부터 아침마다 집 가까이에 있는 YMCA에 다닌다.  노인들 AOA (Active Older Adults) 위한 운동 프로그램이 매일 달라서 지루하지 않다.  자신이 선호하는 도구만 고집하는 남편은 혼자서 운동하고 나는 타인으로 부터 충동을 받는 그룹운동을 선호한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아간 날,  넓은 홀이 더 넓어 보였다.  낯 익은 강사와 두명의 극성스런 여인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꾸준히 만나 계속 운동을 하면서 아프지 않았다는 여인들은 그동안 일어난 소식을 전하며 기분 좋게 깔깔거렸다.  그녀들의 나이는 멈추어 있었다.  왕성한 기운으로 유연한 그녀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기에 내 몸은 고목의 둥치 같이 무뎠다.  아버지가 전문댄서여서 어려서부터 온갖 춤을 배운 폴란드 이민자 매기의 부드러운 몸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흉내 못낸다.  그래도 따라서 열심히 뛰고 흔들었더니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상큼했다

 

이제 봄 기운이 만연하니 그동안 집안에 꽁꽁 숨어 있던 낯익은 사람들이 다시 운동하러 나와서 클래스에 활기가 찬다.  모두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운동해서 좋다.  팬데믹 와중에도 항암치료를 잘 받은 두 여인은 물오른 나뭇잎처럼 싱싱한 희망을 준다.  그 중 항암치료 끝내고 코비19에 걸려 고생했지만 살아 있음에 기쁘다던 산드라의 환한 미소는 수선화보다 고왔다.

 

줌바 댄스를 가르치는 세론은 왼발을 둘 가진 나의 어지러운 발놀림을 여러번 지적하고 교정시켜 주더니 이제는 작은 발전이 보이면 무조건 칭찬한다.  감미롭고 느린 노래에 따라 슬로우 댄스를 추다가 순간 빠른 템포의 피트니스 음악으로 바뀌면 마치 20대 청춘인양 기운차게 팔다리에 힘이 난다.  운동을 인도하는 노래가 신체부위에 살살 감겨들어 신나게 풀쩍풀쩍 뛰었다가 크리스 스테이플턴이 부르는 테네시 위스키’ 리듬에 맞추어 흐느적 뒷풀이를 하는 맛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 같다.  우습지만 명상에 가까이 아주 느릿한 요가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난 적도 있다.    

 

해군 SEAL 특수부대원으로 퇴직한 마크는 전신운동인 TRX를 재미나게 가르친다.  그의 지도에 따라 10여명 남녀 노인들이 몸에 균형을 잡고 상체와 하체의 근육을 단련하려고 진지하게 열중한 모습들이 노후의 여유이면서 동시에 노후의 발버둥 같다.  왕년에 해병대였던 찰스가 힘이 들어 해병대 특유의 함성인 “Oorah” 를 외치면 육군 출신인 노병은 “Hooah” 로 대응한다.  서로 용기를 주며 기운을 북돋아 운동하는 그들 옆에서 나도 안간힘을 쓴다.  젊은시절 공군에서도 전혀 한 적이 없는 이 운동을 따르자니 힘이 들어서 숨 쉬는 것을 잊다가 마크의 지적을 두세 번 받았다.  아무리 우리가 하는 운동은 경쟁이 아니고 서로 격려하는 것이라 하지만 뒤쳐지기 싫어서 열심히 따른다.  

 

동네 YMCA는 작은 사회다.  특히 퇴직한 활동인들의 모임의 장소다.  운동 하기 전과 후에 나누는 수다를 통해서 사람살이를 즐긴다.  처음 만난 타인들과 나를 연결하면 세상이 좁고 ‘6단계 분리’ 가 어김없이 적용되는 인간관계가 재미있다.  그저 가벼운 인사만 하다가 이제는 그들과 나의 만남이 우연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현재의 외모가 숨긴 전생의 삶을 알게되니 각자 참 다른 우주를 품고 있음을 본다

 

같은 공군퇴직자인 크리스와 1986-88년 용산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봤다.  스쳐 지나간 인연이 이제야 마주섰다.  진해에서 한미합동훈련을 받는 동안 막걸리를 매일 마셨다는 마크는 진해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말해줘서 친근스럽다.  그리고 주정부 공중보건부에서 내 남편과 함께 일했다는 간호사출신 그웬은 내가 남편과 많이 닮았다며 마음을 연다.  

 

몸의 균형을 지키고 민첩성과 신체 동작의 조정력을 키우는 여러가지 운동에 나를 길들여가니 일상에 활기가 돌고 마음도 평안하다.  특히 함께 운동하는 나이든 젊은이들이 모두 나와 같은 세대의 이웃들이라 공감대가 형성되어 정신건강에도 좋다.  운동하고 돌아와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텃밭을 가꾸면서 나도 산드라의 말처럼 살아 있음에 기뻐 가슴이 벅차다.  이런 단순한 일상이 좋다.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