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수술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센안토니오' 하루 관광에 나섰다.
지금부터 다닐 곳 에는 '센' 과 '산타'로 시작되는 도시가 많이 나온다.
샌안토니오, 샌프란시스코,샌디에고, 산타마리아,산타바바라....
스페인어로 '성스러움'이라는 뜻으로 '센'은 남자 '산타'는 여자이름 앞에 사용한다.
스페인제국시절 오랜기간 그들의 지배하에 있었고, 지금도 지리적으로 멕시코와 인접한
이 지역은 곳곳에 스페인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심지어 도로표시도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그나마 나오는 GPS의 영어 발음에 감사하며
다녀야 했다.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옛 이야기를 듣고 그 시대의 유물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이 도시는 그런 나에게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곳 이었다.
스페인제국은 신대륙에 본인들의 영향력을 강화 하는 방법으로
'선교'와 '교육'을 내세운다.
종교인들을 보내어 성당을 짓고 그들을 보호 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도 함께 파견한다.
당시 스페인은 원주민과의 충돌도 피할 수 없었고,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신대륙에 세력을
확대하는 프랑스를 견제해야 했다.
요세처럼 마을을 만들고 선교사들을 통해서 종교를 전파했다.
이들의 이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던것 같다.
지금도 남미 여러나라는 카톨릭을 믿고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문화를 통한 식민지 정책은 성공함 셈이다.
이 당시 지었던 성당과 마을의 흔적들이 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미션로드'라 불리는 곳을 자전거로 이동 하면서 다닐 수도 있고 주차와 관람은 무료이다.
유럽에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나는 오래된 건물과 역사를 알아 가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성당은 여전히 사용되어 일반인들에게 내부가 개방된다.
텍사스에는 맥시코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성당 안에 들어가면서 뭔가 의식을 하는데, 나는 그냥 스윽 들어갔다.
뭔가 무식해 지는 이 기분은 뭐지?
전시된 사진들은 내 눈에 아주 익숙했다.
낯선 모습의 이방인 선교사들이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이
마치 내가 학교다닐때 사회 시간에 본 '한국전쟁사' 사진과 유사하다.
그래, 한국도 불과 70년 전에는 저랬었지.
저 사진 아이들 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시절 이었지.
새삼, 오늘날 번영을 이루어낸 내 조국이 자랑스럽다.
화려한 성당과 원주민들의 작고 초라한 숙소가 대비된다.
고증을 거쳐 복원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때의 기술로 상당히 세련되고 화려한 건물 이었을 것이다.
원주민 숙소는 수용소인지 거쳐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성당을 중심으로 쌓은 성벽은 마치 봉건시대 영주들의 영지 모습 같았다.
그 시절 스페인들이 원하던건 과연 '복음의 전파' 만 이었을까?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에게 이들의 방문은 과연 신의 축복 이었을까?
역사를 조금 살펴보면,
'이 때 유럽인들이 가져온 여러가지 질병이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에게 치명적이 되어서
많은 원주민들이 죽었다'
라는 기록이 있다. 이 부분을 보면 분명 신의 축복만은 아니었을 것 이다.
4개의 성당을 차례로 돌아보고, 리버워크 근처에 가서 유료주차를 했다.
리버워크 근처는 도심 한 복판으로 매우 혼잡하다. 반드시 유료주차장을 찾아서
주차해야 한다.
리버워크 근처는 텍사스의 자랑, 미국인의 존경이 담긴 '알라모' 가 있다.
걸어서 알라모요새로 갔다.
오래된 도시여서 그런지 거리를 걷는 것 자체로도 재미있다.
건물이 고풍스럽고 멋지다.
알라모 주변으로는 공사로 정신이 없었다.
뭔가 새로 만들고 보수하고 하는 것 같은데 사방이 공사니 시끄럽고 복잡했다.
텍사스가 맥시코와 독립운동을 할 당시,
180여명의 텍사스 의용군은 이 곳에서 천 명이 넘는 맥시코군과 싸워서 모두 전사한다.
( 모두는 아니고 3명이 살아 남았다고 한다)
그 들의 희생으로 '샘 휴스턴' 장군이 이끄는 정규군은 시간을 벌어 재정비 할 수 있었다.
' Remember the Alamo'
텍사스 전쟁시 그 들은 이 구호를 외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결국 맥시코에서 독립했다.
국가에 대한 개인의 희생을 존중하는 미국에서 이 곳은 상징적인 곳 이다.
미국 교과서에도 빠짐없이 나오고 수 많은 관람객이 찾는 장소이다.
건물안에 들어가려면 표를 사야하고, 건물 외벽과 정원만 보는 것은 무료이다.
무료여도 비지터센터에 가서 표를 받아야 한다.
무료표를 받아서 정원으로 들어갔다.
곳곳에 알라모전투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고, 퇴역군인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들은
젊은이들에게 그날의 역사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두 당시 군복 비슷한 걸 입고 있다.
독립과 미국연방편입 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루어낸 텍사스인 들의 자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건물 옆으로는 미션시대 부터 미연방 편입까지 텍사스의 역사가 한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시대들과 역사를 함께 해온 'Six Flags'가 세워져 있다.
참고로 우리가 놀이공원으로 잘 알고 있는 '씩스 플레그스'는 여기서 나온 이름이며
본사도 텍사스이다.
몇 해전 한국 신문의 경제면을 장식했던 '론스타'도 텍사스 깃발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텍사스 달라스에 본점을 두고 있는 회사이다.
이렇듯 텍사스인들의 주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유적투어를 마치고 밥을 먹기위해서 리버워크로 내려왔다.
물길을 따라 많은 식당이 늘어서 있고, 물에는 관광객을 실은 배의 선장이
이 도시의 역사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면 낭만적으로 나온 리버워크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니 주변에 있던 물오리 떼가 다가온다.
아마도 사람들이 낫초나 빵을 던져주어서 익숙해 진듯 했다.
낭만 보다는 음식 옆으로 오니 조금 불편했다.
역시 사진과 내 경험은 차이가 난다.
이 곳에서는 '텍스맥스'음식을 먹어야 한데서 먹어봤다.
콩을 뭉게놓은 것이 보기는 좀 그래도 느끼한 미국튀김 보다는 입에 맞았다.
맥시코음식 답게 낫초는 쉼 없이 나온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니 집이 고쳐져 있었다.
리버워크만 생각하고 왔는데, 흥미롭고 재미있는 도시였다.
급하게 머물게된 '메디나레이크 캠프그라운드'는 역시 회원제 캠핑장 이다.
리뷰가 그리 좋지 못해서 서부로 가는길에 몇 일 머물려고 계획 했는데,
2주 동안 머물어야 했다.
이 곳은 지금껏 다닌 캠핑장 중에 가장 안타까운 곳 이다.
캠핑장을 찾아 들어오는데, 동네가 정말 엉망진창 이란 표현이 들 정도로 열악했다
집들은 버려지거나 폐허가 되어있고, 그 나마 있는 집들도 모바일홈 형식이다.
어떤 집은 아에 폐차직전의 버스캠핑카를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밖에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고물상처럼 나와 있었다.
캠핑장은 크고 길도 넓었다.
50암페어 자리는 제일 안쪽에 있어서 한참을 들어가야 했지만, 조용하고 좋았다.
마치 주립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캠핑장 뒤에 있어야할 호수는 말라서 없어졌다.
정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캠핑장 소개 사진을 보면 2019년에 이 곳에서 배도타고 수영도 하고 하는 사진이 나오는데
지금은 모두 말라서 나무와 잡초만 무성하다.
강수량이 계속 적어지고 호수는 증발하고, 호수의 수위가 점점 낮아져서
2022년 6월 부터 호수관련 모든 사항들은 문을 닫은 상황이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보이는 현실이 그랬다.
호수에 들어가기 위해서 배를 끌고 와야히니 길이 넓었던 것이다.
호수를 바탕으로 장사를 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호수가 없어지니 생활이 황폐해 지고
마을 입구에 있던 카페는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
호수가 없어져서 이 캠핑장에 와서 할 일이 줄어드니 리뷰가 안 좋았던 것이다.
사람이 줄어드니 캠핑장 관리도 허술해 지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기후변화'를 직접 보니 무서웠다.
사실 우리는 낚시를 하지 않고
넓은 캠핑장에 사람도 별로 없으니 2주동안 특별히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 곳에 살던 수 많은 물고기는 다 어찌 되었을까?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이 곳에 제발 더 이상 사막화가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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