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금요일

파리 와서 돌아 다니다 구경한 성당 마다 다 좋았다.

일부러 찾아 다니지는 않았지만 지나다 보이면 아 멋있다, 하고 안까지 들어가서 구경하고.

가이드 북에 나와 있지 않은 이런 시내 곳곳의 크지 않은 성당들도

감탄 나오지 않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시내 자체가 곳곳이 예술품이고 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파리.

특히나 성당들이 좋았다.

대미를 장식해야 하니,

오늘은 시테 섬으로 걸어가 노틀담 대성당을 보기로 한다.

집에서 15분 걸으니 노틀담 대성당이다.

가면서 이쁜아짐은 또 걱정한다.

파리 오던 날, 성님들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가던 길에 노틀담 대성당을 지나는데 줄이 그렇게 길더란다.

나래비로 끝도 없이…

이걸 어쩌나…

겉만 보고 안엔 들어가지 말아야지. 결심.

성당에 도착했더니, 어머나? 줄 없다.

성님들 깜짝 놀란다. 어떻게 줄이 없지???

관광객들 다 밥 먹으러 갔나???

그 시간이 한 시 였다.

줄 서기 싫어하는 사람 왔다고 이런 일이 있나 보다, 한다.

셋이 얼른 들어갔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들과 천장, 기둥 하나 하나..

뭐라 말 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 든다.

북 받치는 감정의 클라이막스다..

성당 안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정문 바로 앞에 있는, 그라운드 제로에 발도장 찍다.

거기에 발도장 찍으면 파리에 다시 온다는 전설이 있단다.

과연, 내가 또 다시 여길 올 수 있을까~? 후후~~~

걸어서 마레 지구까지 가기로 한다.

마레 지구 도착. 일단 밥부터 먹기로 한다.

그 동네는 카페고, 식당들이고 파리에서도 좀 비싼 동네라는데

사촌 언니가 와방 실한 식당을 찾아 냈다.

거기서도 나는 홍합 먹었다.

파리 물가에 비해 가격도 착한, 테이블 몇 개 안되는 그 조그만 식당에서

나는 태어나서 평생에 제일로 맛있는 와인소스 홍합을 먹었다.

주방장은 아주머니로 머리에 뒤숭숭한 샤워캡 쓰고,

밖의 테이블에서 유유자적 담배 태우시다

새 손님들 들어오니 본인이 직접 메뉴 설명도 해주고

웨이트레스 안 보이면 주방문 열고 나와 서빙도 하고.

분위기는 딱 털털한 뒷골목 아줌마 같은데,

내가 세상에 태어나 먹어 본 중에 제일로 맛있는 와인 소스 홍합이라니.

주방 문 위로 팔 대고

내가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 봄.

다 먹고 나오면서 양 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어줬더니 엄청나게 좋아한다.

기념으로 사진까지 한 방 박았다.

밥 먹고 나와 본격적으로 티(tea) 집 찾기에 나섰다.

그 동네에 아주 유명한 티(tea) 집이 있는데, 성님들 거기서 티 사신단다.

고급 카페들은 문에다 ‘우리는 그 집 티를 씁니다’를 선전 문구로 쓸만큼 유서깊은 티 가게란다.

우여 곡절 끝에 그 집을 찾았다.

가게 안이 굉장히 멋있다.

직원들 말투와 태도도 품위가 있는 것이, 가게의 기품이 대번에 느껴진다.

가게 바깥 쪽은 어둡고 은은한 조명 아래 티와 티 홀더 등을 파는 섹션이고

안 쪽으로는 테이블에 앉아 티를 마실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성님들, 여러 가지 상품들 중에 무얼 살지 열심히 토의한다.

옆에서 심드렁하게 구경하다, 막판에 나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그 집의 베스트셀러라는 ‘마르코폴로’라는 이름의 티를 100g 사기로 한다.

역시나 버스 노선이 애매하므로 집까지 다시 또 걷기로 한다.

성님들이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집 아이스크림 사먹잔다.

나는 줄 서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어 내키지가 않았지만,

일단 그래도 아이스크림 집까지 따라는 가고

성님들 줄 서 있는 동안 길바닥에 퍼져 앉거나 하는 식으로 딴청을 피우리라 결심.

정말 정말로

나는 아이스크림 사 먹겠다고 줄 못 선다.

차라리 설거지 열 번과 맞 바꾸련다.

문제의 아이스크림 집 도착하니, 지난 번에 골목을 돌아 돌아 줄을 30분 씩이나 섰다더니,

어머나? 줄 없네? 하나도 없네?

사촌 언니, 이게 또 어찌된 일이냐고 너무나 신기해 하며 흥분.

막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 샀다.

기왕 온 거니까, 나도 먹기로 한다.

성님들 줄 안 서고 샀다고 너무나 흡족해 한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와 몇 발짝 걷자니

파리의 수호신상이 서있는 다리가 나온다.

다리 난간에 기대서 마저 먹기로 하고

세 아줌마, 등 뒤로 따사히 내리쬐는 늦은 오후 햇빛을 받으며

세느강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 먹다.

셋이 나란히 다리 난간에 기대서 말없이 아이스크림 먹는 뒷모습을

누가 찍어 줬으면..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진에든, 무엇에든 담고 싶은 순간이었다.

저녁은, 다시 프랑스 아줌마와 먹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다.

지난 번 집에서 받은 정성어린 대접에 답례하는 뜻으로.

약속 시간까지 집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쉴 여유가 있다. 다행이다.

아줌마 만났더니, 홍합 좋아하신단다. 아싸~~~

그래서 집 근처 홍합 전문집 갔다.

성님들이 물어 본다.

너 점심도 홍합 먹었잖아. 진짜 또 홍합 먹을거야?

물론이지.

낮엔 와인 소스랑 먹었으니 이번엔 크림 소스를 시키기로 한다.

양도 진짜 많다.

크림 소스에 베이컨이랑 버섯도 들어 갔는데, 베이컨은 안 건드렸다.

크림 소스에 베이컨. 너무 느끼하지 않은가.

사촌 언니는 스테이크를 시키고, 셋째 성과 프랑스 아줌마는 와인소스 홍합을 시켰다.

역시나 담백하니 와인 소스가 훨 낫다.

그렇다고 내 크림소스 홍합을 안 먹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내 꺼 다 먹고 셋째 성 꺼 반쯤 내가 또 먹었다.

사촌언니가, 나더러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서 참 좋겠다,며 부러워 한다.

프랑스 홍합, 정말 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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